|
|
|
|
함께했던 게시판입니다. 현재 게시판으로 이동하려면 클릭하세요! 
|
제 목 :  End가 아닌 And 기억나니? |
게재일 :
2008.09.09 (Tue) 12:07:57 AM |
|
작성자 :
sb
|
No. 144107
추천수 : 6 조회수 : 101
|
|
1996. 1. 31.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수능을 끝나면.. 고3이어서 당신을 보고싶어도 볼 수 없었던 그 한을 풀어보리라 마음을 먹었지요.
마음의 안식처였던 연희동 회색 담벼락에 가고 싶어도, 시험만 끝나면 가리라 했었구요.
초록색 대문의 동교동 언덕이 사무치도록 그리워도, 시험만 끝나면 가리라 했었지요.
아름답기만 했던 하얀 눈이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날 처음 알았습니다.
나는 사실, 3집 다른하늘이 열리고 콘서트부터 당신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구나 라고 짐작을 했습니다.
당신의 눈빛과 말, 행동에서 다분히 느껴졌지만, 애써 그 마음을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당신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구나. 이 불안한 마음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었을까요.. 연희동 담벼락에서 저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은 많이 불안해했습니다.)
그 날 신문과 뉴스, 많은 사람들이 오늘 당신이 떠난다고 내게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친구들은 성균관대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며 가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난 가지 않았습니다.
연희동에 가면 당신이 있을거라고. 또 당신을 죽이고자 언론과 기자들이 거짓말하는거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난 당신이 고한 이별을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당신이 내 맘으로 들어올 때는 소리가 나지 않았듯이, 이별을 고하고 떠날때도 그러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조용히 간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고, 너무나 큰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 것을 당신도 알았을까요.
나는 연희동으로 가는 지름길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돌고돌아 연대 정문을 통해 후문으로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눈 내리던 그 날 당신의 집 앞으로 걸어가기까지 밟혔던 눈 발자국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다다른 연희동 앞에는 이미 많은 친구들이 즐비하게 앉아 망연자실 울고 있었습니다.
비록 당신이 곁에 없었지만 어찌 우리들에게 이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말했지요. End가 아니라 And..라고.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면 그깟 보고싶음이야 대수겠어. 여행을 떠난 뿐이야, 음악여행.
여러번 연습했었잖아, 이별연습.. 단지 공백이 긴 것 뿐일거야. 어떻게 우리들을 두고 떠날 수 있겠어.
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요. 담벼락에 기댄채 아이들과 이제는-을 부를 수 밖에 없었지요.
처음에 당신이 참 많이 미웠습니다. 원망도 했습니다.
하물며, 이렇게 떠나려고 우리들과 이별연습을 반복했던 것은 아니었나.. 했습니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1년간은 당신의 마지막선물 굿바이 노래를 물론 비디오 포장도 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은...
참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참 많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참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2000. 9. 9.
이젠 고3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아닌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어떤 핑계를 대야 하나 고민끝에.. 결국 반차를 내고 회사를 나와버렸습니다.
빨간색인 6집 앨범은 들었지만, 당신이 들고 온 앨범이 다소 생소해서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공부를 해보기도 하고. 음악을 아는 팬들이 알려주는 소스를 귀담아듣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태지존, 서기회를 통해. 스탠딩이 무엇인지 처음 알았고 흰티와 반바지를 입는게 좋다는 등등 보았던 유의사항이 기억납니다.
당신을 통해 맺어진 정겨운 인연, 서기회와 태지존을 통해 알게 된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일 아침에 오면 표가 없을 것 같다는 귀띰이었지요. 어쩔 수 없이 반차를 내어 공연장으로 급히 향했습니다.
다행히, 서기회 친구가 제 표를 미리 챙겨두어서 다행이 그 귀한 표 한 장을 손에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기억나요? 태지안에 하나되어 플랫카드. 이 문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처음 이 문구를 보았을 때 참 기분이 좋았어요.
기억나요? 우리 많이 컸죠? 플랫카드. 정말 가슴에 와닿는 문구였어요. 정말 우리 많이 컸잖아요...
밤새 당신 노래를 들었구요. 비가 살짝 오기도 해서 우산을 받쳐들고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샜었지요.
새벽이 와서, 잠시 자리는 친구에게 맡기고 근처 화장실에서 양치와 세수를 했던 기억이 살짝 나구요.
아침이 밝아오면서는, 줄은 이미 서 있었지만 많은 팬들이 와서 공연장 밖은 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서기회에서 표를 배부했는데 줄이 엉키는 바람에 소동이 일어났었던 기억두 나구요.
아, 정말 어디서 무얼 하고 살았을까요.. 그런 와중에 요요-포트 야광색 옷을 입은 무리들.. 보면서 웃음이 나기도 했죠.
그러던 중, 팬들이 우르르- 뛰기 시작했지요. 무슨 영문인지 몰라 궁금했는데..
프로스펙스에서 제공하는 깃발과 노란손수건을 나눠주는 거였어요. 물론 저도 2장을 얻었지요..^^
공연 시작전까지.. 밖에는 큰 멀티비젼이 있었고 가끔씩 영상을 보여주었답니다.
그거 아세요? 영상과 영상사이에 2초씩.. 태지의 일부분을 살짝 보여주었을때 그 놀라움....
사실 공연전 동아일보 황태훈 기자님께서 울트라매니아 뮤비현장에서 보고 왔던 당신 모습을 일러스트 해주었지만
당신의 그 빨간레게머리가 환상적일줄은 몰랐어요. 정말... 놀라웠어요. 말로 형용할수가 없었죠.
날이 저물고, 공연장으로 발길을 천천히 옮겼습니다.
너무도 많은 팬들이 공연장 표가 없었기 때문에...미안하기도 했지만 그들을 뒤고 하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그리워했던 당신을 처음 만나는 거라서 정말 떨렸고 가슴이 뛰었습니다.
비록 일찍 줄을 서지 못해서 열심히 공부했던 스탠딩으로 들어가진 못했구요.
2층 구석이었지만.. 무대를 정면에 두고,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비록 당신의 얼굴이 보이지도 않았고, 팬들의 함성에 묻혀 음악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 같은 시간.. 당신이 무대에 있구나. 노래를 하고 있구나. 드디어 돌아왔구나 하는 마음에
2층 구석에서 두 손을 맞잡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 때문에 더욱 당신을 볼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당신이 어떻게 무대에 올랐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는 방송을 보고서야 알았지요.
비록 당신이 우리들을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그 마음을 전해받을 수 있었어요.
우리들이 당신을 향해 외치는 마음은, 당신이 우리들에게 메아리로 되돌아왔음을 깨달았습니다.
참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참 많이 가슴에 사무쳤습니다.
참 많이 그리워했습니다.
그 세월이 흘러, 당신은 서른 후반이 되었고 단발소리였던 저는 서른이 넘었습니다.
그 세월이 흘러, 여덟 번 해가 바뀌어 2008년 9월 9일이 되었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도... 9월 9일은 잊지 않을 거에요.
물론, 세월이 흘러서 그 선명도는 빛바랠수도 있구요. 희미해질수도 있겠지만..
어찌 잊을수가 있겠습니까... 당신과 우리들만의 그 날을....
|
|
|
|
76141096c33
|
|
|
코멘트 2코멘트 2 |
[스크랩]
[추천] |
|
|
|
|
|
오늘 올라온 게시물 0개
스팸 퇴치! Click Here!
|
|
|
GAG & PEACE
|
|
오늘의
추천/조회
게시물 |
|
|
|
최근 코멘트 |
|
|   함께해요
|
오늘의 최고 추천 게시물
오늘의 최고 조회 게시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