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요순위제 부활 시킨다고 말 많잖아.
거기에 반대하는 글이 있길래 퍼와봤어..
근데 일본에는 가요 순위 없어?오리콘 차트 말고(이건 음판 순위잖아)..가요프로에서 인기순으로 노래 순위 매기는건 없나보지?
1) 공정한 차트. 공정한 방송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2) 음반기획사의 잘못된 계산 혹은 불온한 생각
3) 가수들이여 정말 순위를 원하는가?
[스포츠월드 탁현민 Stage & Back stage]음반을 내고 매니지먼트를 하고 또 공연을 기획하는 한 사람으로, 도무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음악산업을 살릴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약간은 진심이다)
몇몇 언론과 몇몇 방송과 몇몇 제작자와 그리고 또 몇몇의 가수들의 말처럼, 순위프로그램이 부활되면 조금이나마 대중음악산업이 살아난다면 쌍수를 들고, 아니 쌍수와 쌍족을 들고 환영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것도 진심이다.(정말 그렇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순위프로그램의 부활과 대중음악의 회생은 무관해 보일뿐더러 오히려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심증을 거둘 수가 없다. 이런 부정적인 확신이 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순위프로그램 부활이 음악산업 활성화에 기여 한다는 주장을 믿는다면, 순위프로그램 폐지가 음악산업 위기의 원인 이거나 원인중 하나라는 말인데 바로 이 부분부터 설득력이 없다.
누차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해 왔다시피 오늘 우리 대중음악의 위기는 특정장르에 편중된 수준이하의 음악 콘텐츠가 양산되었다는 점, CD에서 MP3로 음악의 소비형태가 바뀌면서 불법 다운로드와 저작권 보호 등의 장치들이 제때에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 대중문화의 중심이 음악에서 다른 장르, 영화와 공연 등으로 이동하였으며 동시에 다양화 되었다는 점, 음악이 더 이상 문화적 감상의 대상이기 보다 일상적이며 보편적인 삶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나 이제 사람들은 어렵게 구한 음반을 오디오에 걸어 놓고 소파에 앉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울리는 핸드폰의 벨소리로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하면서 듣고 싶으면 언제든지 PC스피커로 들을 수 있고, 아이팟에 담아 길거리든 어디든 언제든 상관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순위프로그램 폐지로 대중음악에 위기가 온 것은 분명 아니며 음악소비의 형태와 음악에 대한 우리사회의 수위와 수준이 달라졌다는 데에 그 원인의 전부가 있다. 따라서 이전에 순위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늘 음악산업에 책임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괜한 책임감에 잠 못 드는 일 없으시길 바란다는 말이다)
순위프로그램 필요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바로 순위-차트의 문제다. 사실 공정한 순위, 혹은 차트의 필요성은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히 공정성이라는 전제가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이 공정한 차트를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도매상과 소매상의 판매량이 제각각이고 대형매장의 판매량도 독자적으로 집계되고 여기에, 이제는 많이 사라졌지만 소위 길-보드도 있다. 또 불법, 무단 복제와 다운로드 역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팬클럽 숫자로 가늠되는 인기투표나 음악적 취향이 각기 다른 전문가 평가,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송횟수와 같은 것들이 객관적인 자료가 되지 못함을 공감한다면 결국 공정하다는 기준은 다름 아닌 판매량 뿐이다. 일본의 오리콘 차트 역시 판매량만을 기준으로 삼는 다는 사실을 보아도 그렇다.
사실 공정하기만 하다면 음악차트의 존재는 어느 유명한 가수 겸 제작자의 말처럼, 대중음악의 사료로서 또 그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컨텐츠로서 분명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결국 차트의 문제는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나 그것을 만들기 위한 여러 제도적, 기술적, 사회문화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성만 확보된 차트의 필요성은 당연히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순위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도대체 공중파 방송에서 순위를, 그것도 공정하기 힘든 구조의 차트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언급 하였듯이 순위프로그램이 대중음악의 위기를 구원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기대이고 순위 자체가 공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 왜 일부 방송과 기획자와 가수들은 순위프로그램을 그토록(?) 원한다는 것일까?
모든 짐작과 편견을 버리고 생각해 보아도 결국 핵심은 시청률이다. 순위라는 극적인 요소를 활용해 조금이나마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심산이라는 말이다. 물론 시청률 올리자는데 나쁠 것은 없다. 아니, 시청률 올라가고 그래서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그래서 음악산업이 부흥된다면 이 역시 쌍수가 아니라 삼수를 들고라도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순위를 기준으로 하는, 극적이면서도 공정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인가? 시시각각변하는 순위의 기준을 매일처럼 모니터하고 합산하여 매일매일 1등부터 10등을 선정하다가 드디어 녹화나 생방 당일 날이 되면 그들을 모셔와 방송을 만들겠다는 말인가?
그리고 결국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들에게는 그 순위를 비공개로 하다가 방송에서만 ‘짠’하고 발표 할 수 있을까 말이다. 공정한 순위라면 공개적이어야 하고, 공개적이라면 이미 만천하에 다 드러나는 것인데, 그것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 뭐 그리 극적이어서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지 모르겠다.
혹시 순위는 그저 발표만하고 출연은 또 다른 기준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건 순위프로그램도 아니고 순위프로그램이 아닌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도 아니면 전주에 순위를 기준으로 금주에 방송을 만드는 방법뿐인데 그렇다면 프로그램 제목은 ‘지난주의 가요 톱텐’이 되는 것인가? 결국 원천적으로 공정한 차트도 어렵고, 현실적으로 공정한 구성도 어려운 순위프로그램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덧붙여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방송을 잘 모르는 ‘무뇌한’ 기획자의 생각으로는 프로그램의 제작은 PD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있어야 할 것이다. PD는 전문가로서 또 좋은 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에게 부여된 섭외와 제작의 권한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왜 굳이 공정하기도 어려운 순위를 만들어 그것을 기준으로 제작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음악프로그램이 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출연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고민해 보자는 말이다.
PD와 제작진의 판단에 따라 그에게 부여된 권한과 책임에 따라 프로그램을 잘 만들면 되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각자의 판단에 따라 지지와 비판을 보내면 될 것을 왜 이리도 어렵고 힘들게 가려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고, 대중음악판에 어떤 것이든 논쟁거리가 있다는 것은, 별무관심인 것보다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순위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려면 그것이 대중음악의 활성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맹목적인 기대, 순위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담보할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보다는 더 설득력 있는 이유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 공중파에서 대중음악프로그램의 불필요성을 불식시킬 수 있으며 순위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사가 대중음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혹은 오락프로그램의 원활한 ‘자원수급’을 위한 방편이라는 오해를 지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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