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올라온 글 보다가 울컥해져서 글 써.
인간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 사이의 간격.. 사실 어렸을 때는 생각을 안 했어. 못 했지. 난 난 알아요 신생이고, 귀밑 3센치 머리에 교복입은 여중생이고, 여고생이었으니까. 그냥 보면 마냥 좋고, 노래 들으면 벅차고. 피가 모자라나 시대유감 사건 때도 막연하게 '왜 세상은 우리 오빠들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을까' 정도의 문제의식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96년 1월 31일에도, 마음은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다' 라는 식으로 체념했던 게 있었어. 열일곱때 스물다섯은 되게 어른 같이 보였어. 그 어른 같고, 세상 다 아는 것 같은 오빠들이 까칠한 얼굴로 눈물을 보이면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면서 '그래, 힘들다는데 어쩔 수 없는 거다, 보내줘야하는 거다' 이런 체념을 했어.
난 그 때 가수 서태지는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 인간 정현철도 못 볼 거란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 특종 티비연예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이 그렇게 아픈 모습이라서.
그리고, 그 때부터 내 소원은 '건강하게 웃고 있는 모습' 한 번만 보는 거 였어. 사진 한 장만이라도 좋으니까, 건강하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한 번만 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어. 내가 평생을 못 봐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행복하게 잘 살면 그걸로 된 거라고.
그래서 980707때 보라색 씨디를 안고 펑펑 울었지.
지금도 가끔 생각해. 96년 1월의 그 막막하던 기분. 98년 7월의 눈물, 그런 것들.
내 안의 레고, 아직도 있을 거야. 없지는 않을 것 같아. 노력하지만 16년 이란 세월동안 나도 서태지란 사람에 대해서 나름대로 쌓아온 레고가 있을거고, 지금도 없애려고 노력해.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건 그냥 응원하고, 믿고, 감사하고, 사랑하고- 그런 거라고 믿어. 그리고 인간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 모두를 존중하고, 믿어.
인간 정현철로 느끼는 감정들을 공백기에 많이 보충하는 거라면, 공백기가 길어진대도 그냥 믿고 기다려야 하는 거라고. 내가 모르는 인간 정현철의 인생도, 존중되어야 하는 거라고.
나는 인간 정현철에게 해줄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가수 서태지에게도 거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나도 초조해져. 16년을 사랑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안타까움, 초조함. 그런 걸 생각하면 슬프기도 해. 돌아와줬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어서.
내가 아는 서태지는, 들판 같은 사람이라서 내 좁은 마음 안에 가둘 수가 없는 사람이야.
그냥 멀리서 바라보고, 아끼고, 사랑하는 게 최선인.
그 사람의 인생 자체를 사랑하면서, 평생을 지켜보고 싶은, 그런 사람.
그리고 정말, 음악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만큼 행복한 인생을 살길 바라.
아침부터 테이크 시리즈가 듣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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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이런 이야기는 좀 무겁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