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비판은 남는 장사인가. (은공)
- 허지웅, 네 글에 침 좀 뱉자. 내가 아끼는 '시사인'에 그런 함량미달의 글을 썼을 땐 그래도 이해해주려 했으나, 이번에 인터넷 방송인지 뭔지는 참 가관이더구나. 당신 블로그에 대롱대롱 붙은 '반이랜드와 친촛불'이 마음에 걸려 인정상 쓴다.
서태지를 들먹이는 당신의 모습은 ‘진보 꼴통’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설치는 전형적인 사례다. 자칭 ‘진보세력’이라고 믿는 자의 가장 역겨운 짓은 “내가 과거에 운동 해봐서 아는데”라고 전제한 뒤 20년 전 곰팡내 나는 논리를 들먹이며 지금을 재단하는 행태이다. 그런 자들의 특징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는 왼쪽에 있는지 모르겠으나 전선은 이동됐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지금의 서태지를 바라보는 당신 모습이 딱 그렇다. “내가 서태지 팬이었는데”라고 말할 때부터 당신은 서태지를 ‘극복되어야할 그 무엇’으로 대상화 시켰다. 하나씩 보자.
1. 서태지 향수를 인질로 삼은 건 당신이다.
서태지 2집 음반을 줄서서 산 것은 당신만이 아니다. 250만장 나갔다. 한 반이 오십 명이면 서른다섯 명은 ‘마이마이’로 서태지 테이프 들었고 노래방 가면 친구들이 돌아가며 2집 전곡을 ‘학교종이 땡땡땡’처럼 능숙하게 부르던 때다. 그 시절 서태지를 좋아했다는 것은 ‘평범함’의 증거지 내세울 ‘각별함’이 아니다. 서태지의 팬이었다고 말하는 건 자유겠으나 '과거 서태지는 이랬다'면서 아는 척 좀 하지 말아라.
2. 서태지는 당신을 라이프플래너로 고용하지 않았다.
영화계가 어려워 보험설계사로 아르바이트라도 하는가? 서태지에게 땅으로 내려오라고, 홍대 앞에 큰 집을 짓고 좀 편안하게 살면서 음악활동 하라는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신비주의에 매몰된 서태지가 안타까워서 아주 숨이 넘어 가는 목소리는, 하도 처절하여 이 사람이 정말 서태지를 사랑하는구나 싶은 착각까지 들었다. 근데 좀 적어둬라.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면서 감히 사랑을 입에 올리지 말라.’ 당신이 사랑하는 건 공상으로 겉꾸며낸 ‘서태지 아바타’이지 본명 정현철의 서태지가 아니다.
3. 신비주의가 편한 사람도 있다.
신비주의는 거주장소와 노출빈도 문제가 아니다. 제 아무리 공개주의라도 자기 아집에 빠져 살거나 습속에 얽매이면 불편하고 불행하다. 신비주의라도 영혼이 자유로우면 평생 젊고 즐겁게 산다. 서태지가 그걸 보여준다. 서태지는 그저 방해됨 없이 음악활동에 몰입하고 싶은 기질의 소유자일 뿐이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신비주의가 불편하다는 생각은 가난하다고 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논리처럼 천박하다.
4. 밥딜런은 밥딜런이고 서태지는 서태지다.
밥딜런이 ‘나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뿐이야’라고 하는 것처럼 서태지가 UFO 쏘고 한 정판 찍는 것도 자기 내키는 대로 하는 거다. ‘진보뮤지션’의 진리모델로 밥딜런과 양희은으로 제시하고 ,서태지에게 좀 닮으라고 명령하는 오만함의 근거는 무엇인가. 서태지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 변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 서태지가 록 뮤지션의 새로운 위상을 세울 수도 있다. 죽은 자의 틀 안에 산 자를 가두지 말라.
5. 서태지는 원래 혁명을 노래하지 않았다.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라던 서태지는 도대체 무슨 서태지인가. 서태지는 애초 혁명을 노래하지 않았다. 자기 삶을 노래로 풀어냈을 뿐이다. 저항정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을 하고 싶은가. 그럼 ‘88만원 세대’라는 노래라도 만들어 불러야만 저항인가. 만약 그랬다면 ‘상업주의’라고 트집 잡을 거 아닌가. 코엑스에서 ‘2008년 시대유감’을 부른 서태지도 마케팅이라고 할 참 아니었나. 요즘은 샐러리맨들도 자기를 1인 기업으로 브랜드화 한다. 누구나 자기의 과거-현재-미래를 마케팅으로 삼는다. 삶은 숭고해야하는데 마케팅으로 상업화돼서 문제인가? 그게 서태지라서 문제인가?
6. 세상에 없는 쇼를 하는 건 서태지 자유다.
중형세단CF 찍은 건 그의 능력에 따른 ‘고부가가치’ 노동활동이다. 도덕성이 개입될 사안이 아니다. 돈은 뮤지션의 진정성과 대립항목이 아니다. 그저 삶의 수단일 뿐이다. 한정판으로 음반을 찍고, 사전 이벤트로 풍성하게 오픈하고, 기자회견에서는 사진만 찍고, TV는 가려서 완벽히 준비해 나가고,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나와서 TV에 나와서 활동하고 음반 팔고 가고, 팬들과 밀도 있는 애정을 나누는 서태지. 술 담배도 안하고 살도 안찌고 막말도 안 하고. 자기 소신과 자기 멋에 겨워 사는 뮤지션. 그래. 보편적이진 않다. 유별나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도 ‘같지 않음’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순 없다.
7. 조중동스럽다. 그만해라.
하드코어, 감성코어, 네이쳐파운드는 서태지의 피눈물 나는 노력의 생산물이다. “갖다 붙이기도 잘 붙인다”고 경박스럽게 히히덕거리며 조롱할 사안이 아니다. 아는 척, 위하는 척 세치 혀로 한 사람의 인생을 가치평가 해대는 당신. 불쌍하댔다 사랑한댔다 상반되는 복합감정을 드러내는 건 전형적인 콤플렉스 증세다. 편협한 생각과 피상적 현상을 근거로 떠들어도 너무 떠든다. 후지니까 그만해라. 조중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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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서태지 비판은 남는 장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