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왔습니다.
땅끝 부산에 사는 촌아갓시 팔로는 '전국 상영관' 이라는 기사에 낚여, '어쩌면 도 단위로 한 관 정도는... ' 이라고 심포니 상영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가 짜게 식게 됩니다. 살인적인 업무 스케줄과 비루한 체력으로 방황하던 어느 날, 제주에서 워크숍이 잡히고 마침 마치는 날짜는 2월 4일.
촌아갓시 팔로는 문득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을 겪게 되었습니다.
'마치는 날, 제주에서 김해공항으로 가는게 아니라 김포공항으로 갈수도 있는 거 아닐까? '
어차피 비행시간은 비슷하고, 문제는 서울에서 집까지 가는 거지만 그건 ktx가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워크숍이 끝나면 남들과 같이 공항에 와서 비행기만 따로 타려고 했는데, 집에 들어가서 다음날 출근을 하려면 타협할 수 있는 영화시간은 4시 타임 뿐; 결국 촌아갓시 팔로는 중차대한 결심을 하고 워크숍 마지막날 야외일정을 째기로 결심합니다; 남들이 올레길을 갈 때 나는 서울로 ㄱㄱㄱ
지루하고 지리한 워크숍을 견디고, 3일 저녁에 끝나간다며 남들이 폭탄주를 돌리고 새벽까지 부어라마셔라 하며 괴롭힐때도 심포니를 보겠다는 일념하에 버텼고, 다음날 아침, 마침내 '저, 집안에 일이 좀 있어서...' 라고 청순가련하게(;;;) 어필한 팔로는 마침내 2월 4일 오전, 남들이 올레를 방황하러 길을 떠날 때 제주공항을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떠돌다가 김포로 날아갔습니다. 비행기는 지연되고, 이상기류로 비행기가 울렁거리는데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전화가 안되니까 서엔젤님께 유언도 남길 수가 없다며 혼자 조용히 난리치는 가운데 다행히도 무사히 착륙; 심포니는 보고 죽을 수 있게 생명은 연장되었고;
김포에서 코엑스로 길고긴 지하철 여행후에 마침내 심포니 관람.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머릿속을 채우는 건 '유 아 마이 선샤인 마이 온리 선샤인' (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You make me happy when skies are gray You'll never know dear, how much I love you Please don't take my sunshine away [후략])
아, 이래서 서샤인이구나. <-혼자서 납득.
크레딧까지 관람하고 제로의 여파로 안구에 습기가 찬 상태로 다시 서울역까지 달려갔지만 가장 빠른 기차가 8시 10분; 결국 부산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도착했을 때가 11시 40분. 그리고 다시 출근을;
체력은 개판이라 지금 눈을 뜨고 있어도 영혼은 엠관을 떠돌고 있고; 하지만 마음은 충만하고 세상은 아름답고 서샤인은 서엔젤. 오늘 생일인데도 상태는 엉망이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나는 심포니를 봤으니까!;
상영 마지막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봤는데, 미리 생일선물 받은 기분이었거든요. 정작 생일인 오늘은 아무 생각업음-_-;;;
thanks to
1. 코엑스에 도착해서 바른손에서 마수러쿠션을 사는데, 멀리서 왔다고 엽서 두 장이나 주신 스텝분.
2. 얼결에 매냐 동생 따라 만원만을 했는데 뱃지를 선물해준 아가뷉. 자리에 앉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매냐 동생 시켜서 초콜릿을 전달했는데; 그 떄 고맙단 말 제대로 못해서 미안해요; 뱃지 정말 예뻐요.
3. 부산 촌아갓시가 길 잃을까봐(실제로 코엑스 엠관을 혼자 찾아왔다가 십오분간 헤맨 전적 있음) 김포에서 서울역까지 데리고 다녀준 매냐언니와 동생
& special thanks to
마이 선샤인, 마이 엔젤. 서러블리큐트샤이니엔젤님.
세상이 아름답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마워요.
사랑스러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에요.
이렇게,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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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드디어, 이제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