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쓰는 서팬 업계 리뷰에 앞서서:
웹진에 못 올리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1.전 게으르고 목구멍이 포도청입니다: 2009년에 먹고 살기 바빠서 팬질을 와장창 말아먹은
전례도 있고...지금은 일이 약간 널널해지긴 했지만 일의 특성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 일단 달릴 수 있을 때 달려서 바짝 끝낼 생각입니다.
2.수위 조절이 좀 자신 없습니다: 몇년전에 자르고 도망간 제 도마뱀 꼬리(...) '서태지 열전'
의 경우, 표면적인 갈굼('애니메이션이라고 본인을 키 189의 양키 근육남 캐릭터로 그리는 건
자제 바란다' 운운 뭐 그런거...)을 제외하면 찬양질이었지만...팬 업계의 경우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많다 보니...쩝, 사실 위태에 올려도 될지도 자신없습니다.
3.사실 제가 히키코모리 팬이라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오빠님 은퇴 전까지는 일코하고 살았
고, 이후로 십여년 온라인 팬질 생활을 해 왔어도, 죽어라 눈팅만 했지 친구가 없어요 친구가
(...) 고로 내막이나 끈끈한 정 같은 건 모르는 게 꽤 많아요.
어쨌든...시작해 봅시다.
그들이 몇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 서빠 천명설 Vs. 빙산의 일각 설
서빠('서태지 빠순(빠돌)이'를 줄인 이 말은, 화자와 상황에 따라 엄청난 반응의 차이를 가져
오므로 사용에 주의하도록 하자. 서빠가 서빠 세계 안에서 지칭할 때는 자조를 넘어선 여유
와 동질감, 일종의 자부심으로까지 사용될 수 있지만, 그러한 공통 정서가 먹힐 리 없는 일반
인(또는 서까) 앞에서 사용했다가는 역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물론 일반인(또는 서까)가
'서빠'라고 불렀을 때는 화내고 갈궈도 된다. 이는 다른 팬 업계에서도 통용되는 상식으로,
전설아닌 레전드 모 팬북에서는 이를 '영어 랩 가사에 나오는 'Nigger'와 비슷한 의미'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가 과연 어떤 실체를 가지고 있는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적이 한 번도 없다(그걸 알아서 어디다 써먹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음반/공연
업계 마케팅 담당자라든가, 광고 기획사에게는 꽤나 유의미한 정보로 쓸 수 있다. 아울러 매년
바뀌는 오빠님의 '라이벌'-주로 음반판매량이나 음원 집계랑 등을 기초로 언론사에서 짝지어
준다. 최근엔 소녀시대인 듯 하다. 다음엔 투피엠이 될지 샤이니가 될지 잘 모르겠다-팬들한테는
가끔씩 의문사항인 듯도 하다. 도대체 저 양반들은 어디있다가 갑자기 우르르 나타나서 광클을
해 대는 건가 등등;)
우선 이들에게는 '팬클럽'이라고 할 만한 실체가 딱히 없다.(기사에서 '서태지 팬클럽'이라고
하면 그런 거 없다고 화낸다-_-;;;) 먼먼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에는 팬클럽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긴 했는데, 그것도 공식팬클럽 '아이비'가 회원수 많으니까 관리가 힘들다고-_-
해체되고 나서 우후죽순처럼 생긴 자생적 팬클럽들이었다. 당시 기획사에서는 이들에 대해서
'그런 게 있다'식의 인정 외의 관리는 거의 하지 않았다.(각각 팬클럽 안에서 회비걷어서 팬회지
내고 공방 뛰는 등등 활동은 다 알아서 했다;) 태지보이스 해체 후 생긴 '서태지와 아이들
기념사업회'는 팬클럽이라기보다는 거의 NGO 수준이었고;;; 이들 단체도 솔로 컴백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PC통신 동호회-인터넷 사이트 등 팬들이 만든 '공간'으로 넘어갔다.(2001년 만들어진
서태지닷컴도 공식 조직이 아니라 '오빠님 메시지 전달-컨텐츠 제공-팬들 알아서 놀아라'의 장
이다)
그리고... 오빠님 덕분에 팬질할 '이벤트' 성격과 간격이 많이 다르다-_- 간단히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오빠님요새 아이돌
1.활동기(대략 8개월 소요) 1.활동기
(0) 9시 뉴스 출연 (0) 가요 프로 특집 출연
(1) 1~2주 있다가 특집쇼 (1) 하루 있다가 버라이어티 쇼 출연
(2) 앨범 출시(핫트랙스 북새통) (2) 디지털 싱글 출시(음원사이트 북새통)
(3) 또 몇주 있다가 뮤직비디오 공개 (3) 리얼리티 쇼 출연
(4) 가요프로 사전녹화( 수백명 당첨,추첨빙시 작렬) (4) 공중파/케이블/행사/콘서트/팬미팅 출연
(3)~(4)를 2~3회간 반복
(5) 전국 콘서트 예매(사이트 터짐)
(6) 1달 후 전국 콘서트(대략 5~6주 소요)
(7) 1달 후 이티피
(8) 몇 주 후 마지막 키스의 슬픈 마음 하 정말 떠나는가(...)
2.공백기(대략 3년~3년 반 소요) 2. 공백기
(1) 자신의 생일과 크리스마스마다 공식 사이트에 글쓰기 (1) 그런 거 없다. (1)~(4)를 무한루프 반복
(2) 공연실황 CD 출시 간혹 탈나면 정규 앨범 나올때까지 쉼
(3) 공연실황 DVD 출시 국내 공백기 내고 해외 진출
(4) 부정기적으로 굿즈 출시 (해외에서 다시 (1)~(4)를 무한루프)
이렇게 봤을 때 4년(올림픽 혹은 월드컵 시즌이라고 불리는데, 요즘은 더 미묘하게 길어져서
대통령 임기에 수렴하는 듯?-_-) 중 8개월 이쪽저쪽인 활동기에서 팬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이벤트는 그리 많지 않다. 몇 번 안 되는 방송 출연의 경우 얄짤없는 불특정소수 추첨제로
배제하니 이건 뭐 복불복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컴백 공항씬(8집의 경우 공항씬은
아니었지만 반향은 대충 비슷했던 듯;) '앨범 출시' '콘서트 예매'와 같은 짧고 굵지만, 띄엄띄엄
이어지는 이벤트 때는 스타도 아니고 '팬' 기사를 네이버 메인으로 올린다.('3분만에 예매서버 다운'
뭐 이런 걸로;)
이후 공백기 1년차에는 전국투어 CD-DVD-ETP CD-DVD가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여기서 나온 각종 떡밥
들이 팬사이트에서 집중 이슈로 포화를 받는다. 2년차가 되면 이제 그 떡밥들도 19년치 사골의 일부
가 되어 우리게 된다. 여기서 무서운 점은 이쯤 되면 근 20년 전 반바지 사진도, 10년 전 빨간 레게
파마 머리도 다 몇달 전 본 것처럼 실감나게 썰을 풀고 있다는 것이고...더 무서운 건 그걸 실제로
본 적 없는 1년차 '신생팬'도 전혀 위화감 없이 끄덕거리고 있다는 거다;;;
어쨌든 공백기는 길다 보니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암튼 올해 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팬들도
슬슬 일반인 코스프레가 몸에 붙는다. 군대도 가고 유학도 가고 돈도 벌고 애도 낳고. 솔까말
1년에 두 번 점찍는 시기가 뻔한데 모든 팬이 매일 팬사이트에서 죽치고 있기도 힘든 일이다. 컴백 직전,
그러니까 신비로운 촉이 오기 전까지 팬사이트는 확연히 한산해진다. 그러다 뉴스가 터진 순간 기하급수
적으로 조회수는 폭발하고 다시 북적거리게 된다.(이를 '버팔로가 달려오는 듯 하다'라고 혹자는 평했
고,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오빠님이 이를 인용하여 서팬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팬사이트가 서팬질의 주요 정보 교류장이며 소스 공급원이기는 하지만, 모든 서팬들이 팬사이트를 적극
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닷컴과 주요 민간; 사이트에 상주하는 사람들은 빙산의 제일 꼭대기층 정도
로 보면 된다.
Tier 1: 닷컴 또는 위태의 헤비 유저
Tier 2: 닷컴 또는 위태의 라이트 유저 or Tier 1의 비공개 클럽 지인
Tier 3: Tier 1, 2로부터 정기적으로 소식을 전해 듣는 팬질 지인
Tier 4: 뉴스는 네이버 메인에서 제일 먼저 보는 팬들(...)
컴백이나 앨범 발매와 같은 소식은 전국민적 뉴스인데다 거듭거듭 나오므로 Tier 4까지 하루만에 전달
된다. 그러나 활동이 시작된지 이미 상당 시간 정도 경과된 후에 나오는 전국 투어 예매나 라이브 앨범
발매 소식은 Tier 3의 일부에게만 전달되고, Tier 3~4가 알았을 때는 이미 게임 오버(개중엔 이제
지방 표까지 다 끝났을 테니 꿈도 희망도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안습 케이스도 빈발한다;;; 그래서
서빠는 천 명밖에 없을 거라는 자조적인 멘트도 있긴 한데, 팬 세계 어디 가나 앞 줄에 있는 사람들
은 거기서 거기다; 하도 많이 보니 인사하거나 싸우거나 둘 중 하나;)
활발한 온라인 팬 생활로 그때그때 팬 코드를 공유하는 층(완전팬)과, 간헐적인 뉴스로 팬질에 참여
하는 층의 분리 현상은 공백기가 심화되고, 팬 업력이 길어질 수록 더 심해진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15주년 앨범 박스셋 사건은 Tier 4까지 구매력을 발휘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2007년은 공백기가 이미 2년 가량 지난 다음이었고, 앨범 셋이 나온다는 뉴스가 뜨긴
했지만, '아직도 권능을 발휘할까' 류의 의구심과 비아냥이 주류를 이루었을 무렵이었다.(서까들
이 얘기하는 컴백 깜짝쇼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 때 Tier 4까지 가세, 완판을 해치움으로써
오빠님의 위대함과... '서태지는 재테크가 된다'를 입증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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