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주 전쯤 올라왔었던 서팬 시리즈 1편 "1.그들이 몇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 서빠 천명설
Vs. 빙산의 일각 설"에서 이어지는 겁니다. 오늘까지 즈이 팀장이 해외출장이었어요. 일 시키는
윗사람이 없었다는 얘기죠. 이걸 업계 용어로 '어린이날'이라고 해요. 근데 오늘로 어린이날 끝
났어요. 망했어요. 망한 기념으로 오늘 힘 빠질 때까지 달리도록 해요. 희망사항으로는 세 편
쓰고 싶은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어질 리스트는 다음과 같아요↓
1.그들이 몇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 서빠 천명설 Vs. 빙산의 일각 설
2.떠나지만, 계속 들어오기도 한다 : 팬질 10년차가 신생팬 듣는 세상
3.오빠는 사생활이 없다 : 사생팬과 스토커 사이
4.오빠는 돈이 많이 든다 : 내 팬질의 비용은 얼마인가
5.오빠는 닷컴을 만들었고, 미러 사이트는 계속 생겨난다 : 태매올드태지조너골방녀제로럭셜위태붸비앤.태잉여미태미아
6.오빠는 회장이다 : 니들 월급을 누가 주는데!!!
7.오빠는 스캔들이 한 번도 난 적이 없다 : 팬 업계 최약체 "연애" 면역력
8.덩어리 속 유명팬 : 유명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인가, 모난 돌이 정을 맞는 것인가?
9.고사 직전 팬 창작물 : 서컴녀는 왜 그렇게 인기 있었나?
10.오빠의 저작권은 소중하니까요 : 불꺼진 무대 직찍도 '공식적으로는' 없어요
11.굿즈에 대한 집착 : 언젠가는 다 레어가 돼요
2편-떠나지만, 계속 들어오기도 한다 : 팬질 10년차가 신생팬 듣는 세상
'서태지 세대'란 무엇인가? 이는 '서태지의 현재 팬층'과 같게 들리지만 실상은 다소 다른
말이다. '서태지 세대'란 1992년에 오빠님이 화려하게 데뷔해서 대중문화 판도를 바꿔버린 그
시대에 청소년을 보내고 그에 공감하던 세대를 말한다. 공교롭게도-_- 본인이 서태지 세대에
해당하는데, '그' 1992년에 중 2였고(중 2란 팬이 되기 딱 좋은 나이다. 중 2 여자면 인격의
2차성징기이다. 본인은 이제 인격적으로 꽤 컸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그렇게 안 봐준다.
뭔가 그럴싸하고 멋진 걸 동경하게 된다. 이 때 빠순이 되거나 중2병에 걸리거나 혹은 둘
다 되기에 딱 좋다) 고 1 때 교실이데아를 들었으며(이 때부터 비뚤어진 파슨이었던 본인은
지는 능력좋아서 중퇴하고 뛰쳐나가도 잘 살면서 학력 뛰어넘을 능력없어서 공부에 목매단
애들 약올리냐고 궁시렁거렸다-_-) 고 3 직전에 오빠님이 은퇴해버려서 순조로운 고 3을 보내
...지는 않았구나; 암튼간에 30대 초중반이 서태지 세대 직격탄이라고 보면 되겠다.
일전에 서빠 기사(오빠님 관련된 게 아니었고 팬 관련이었다)에 또 서빠를 비난하는 악플이
한무데기 달렸을 때 홀연히 달린 베플로 이 현상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니들이 씹는 서빠 너네 이모고 누나다. 까불면 오늘 밥 없다 이것두라"
그러나 서태지 세대, 이 30대 초중반이 서태지 팬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이들이 서태지의 현재 팬층을 정확하게 가리키지는 않는다. 이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딱 두 가지 이유다.
1.'올드'팬들이 빠심이 소진되거나 활동이 덜 활발해지거나 암튼간에 물밑으로 가라앉고
2.'신생'팬들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경로로 계속 들어온다.
1.의 경우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경우다. 다소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른의' 팬질을 왕성하게
할 수 있는 나이대는 대략 20대 후반-직장 3~4년차, 경력이 쌓여서 이제 일도 손에 익어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 팬사이트 눈팅을 할 수 있고, 연봉도 적당히 올라 팬질에 필요한 갖가지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며, 남자친구가 없거나 있어도 이제 오래 돼서 적당히 시들해져서
적당히 관리하면서 팬질을 뛸 수 있을 때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이제 어른의 여러가지
퀘스트-결혼, 육아, 직장에서의 출세, 인맥 관리 기타등등이 '활활 타오르는' 팬질을
뛰어넘는 난제로 등장한다. '팬'이라는 정체성이 일반인들에게 주는 편견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로 깊다(괜히 '일반인 코스프레'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다). 특히나 서팬질처럼
'직장은 부업이요 서빠는 본업'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짓는 팬질은 더 어려
워질 수 밖에.
물론 '유부클럽'이라든가 '나침반 친구'(분명히 5~6년 전엔 30대 클럽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은 30대 중후반을 넘어 40대 클럽이 되었을 듯;;; 뭐 386도 10년 전에나 30대였다. 아 세월;)
와 같이 어디서나 케이스 바이 케이스, 30대~40대에도 건재하게 팬질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회생활도 멀쩡하게 잘들 해서 음반 발매 첫날 점심시간, 광화문 핫트랙스에 양복 쫙
빼입고 나타나서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던가, 서태지 심포니 공연장에 빳빳하게 세운 수트를
입고 와서 눈을 따사롭게 한다던가... 근데 왜 계속 예가 양복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올드'들과 30대 초중반 '서태지 세대', 2.의 비교적 어린 '신생'팬들이 현재의 다양한
서팬세계 연령대를 만들어 간다. 이제 선생과 제자, 사수와 부사수 정도는 흔해빠졌다.
콘서트장에 나침반 플랭카드와 고딩 클럽 플랭카드가 사이좋게 걸려있다.
(본인만 해도, 오프라인에서는 80년 이후 태어난 어린이들이랑 말을 섞을 일 없이 살다가
팬사이트 들어와서 '오빠와 결혼할 나이차는 스무살 차이가 진리' 이걸 보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분명히 몇년 전만 해도 열살 차가 진리 뭐 이랬는데;;)
...하여간에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이가 들다 보면 팬질이 여의치 않아져서 덜 활발해지기
도 하지만, 빠심이 식는 경우도 있다. 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오빠님이 너무 안 보여서,
오빠님이 너무 고무줄을 당겨대서(오빠님은 팬과 연애 밀당에 고수라 '고무줄 대마왕'이라
는 별명도 얻었다, 근데 요새 사는 게 힘들다 보니 그냥 일반인들도 연애에 밀당이 귀찮고
힘들어서 초장에 관두는 경우가 많다. 하여튼 요새 애들은 근성이 없어...아참, 이게 아니고)
, 자다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오빠한테 진정성이 없어서, 벼락같이 오빠님 곡이 표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등등 이유는 많다. 근데 오빠님은 딱히 변한 적이 없다. 그냥 자기 마음이
식은 거다. 근데 꼭 팬사이트에다가 오빠의 이러저러한 점 때문에 자신이 실망을 했고 이러
는 자기가 마음 아프고...해서 여길 안 들어오고 팬질을 안 하겠다고 글을 올린다. 혼자서
팬 은퇴 발표까지 한다. 물론 조용히 관두는 사람들이 더 많긴 하지만, 성명서 쓰고 기자
회견까지 하는 비율이 다른 팬계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이는 서팬업계의 폐쇄성과 일체감
에 크게 기인한다. 자신이 그간 서빠로서 정체성을 두고 모든 것을 바쳤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이 서빠를 그만둔다는 것은 그다지도 대단하고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서빠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습성'은 '왜 그렇게 서빠 양다리는 티를 내는가'
의 논제에도 적용되는데...이건 너무 민감한 얘기라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쿨럭;
어쨌거나, 떠나는 사람도 있으면, 들어오는 사람도 꾸준하다. 학생 팬은 팬사이트에서는
별로 귀하게도 안 쳐줄 정도로=_= 수가 상당하다.(갸들은 나름 자기 반에서-내지 전교에서
팬이 자기밖에 없다고 우울해한다만, 전국의 학교에서 한 명씩만 모아봐라 소떼된다;)
일반인들 보기엔 꽤나 놀라운 일 같긴 하지만(자기가 서태지 팬이라고 하면 선생님이
'너도 서태지를 아냐'고 놀란다나 뭐라나)
그도 그런 것이 지금 중고등학생이면 태지보이스와 연예인 세대로 치면 4~5세대는 너끈히
차이가 난다(한 세대가 30년이라지만 연예인 세대는 4~5년, 길어봐야 7~8년이다. '서태지?
사실 잘 몰라요'하던 신세경 어린이가 스물한살 마성의 식모가 되어버렸;;;) 태지보이스의
활동시절을 기억하면 최소 20대 중반은 됐다는 얘기. 대체로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얼굴은 잘 모르겠다' 정도의 반응인데 그래도 어떻게든 알아서 들어온다.
이 들어오는 경로도 꽤나 기기묘묘한 것이, 대체로 '어쩌다가 티비를 켜서 채널 돌리다가
*집 컴백쇼를 봤는데 음악이 너무 좋았다, 얼굴이 무지 이뻤다, 생각만큼 안 무섭고<-;;;
귀엽다' 뭐 이런 축이긴 하다. 아무래도 컴백 때가 대중 앞 노출도가 제일 높은 편이니.
근데 인도 여행간다는 기사 보고 팬 된 사람도 있고, 나올 땐 난해하다고 깐 주제에 이제
는 그것만 들을 만하다고 칭송받는 5집 음악만 듣고 팬 된 사람도 있고, 은퇴할 때 팬 된
사람도 있고(이해는 한다. 그때 오죽 이뻤나...하아. 근데 반하고 나니 헬기타고 실종크리;)
...대중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한 케이스는 은퇴시절 빨간 필승 머리 CG 캐릭터보고
팬 된 사람과 삼각김밥머리 공항 입국보고 팬 된 케이스. 여러 모로 대단하다.
이렇게 새로 팬 업계에 입문한 사람을 '신생팬'이라고 하는데, 이 기점은 대체로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로 잡는다. 업력 10년 넘어도 신생팬은 신생팬이다. 오빠님의 '그' 시절을 못
봤기 때문에.(무슨 시절이냐고 하면, 바닥에 다라이 깔고 조영남하고 배추 다듬던 시절이
라고 해 두자;;;) 물론 이 정도 업력이 되면 이제 연륜과 학습이 쌓였기 때문에 '초짜'라
는 의미의 '신생'은 아니지만.
서태지 솔로, 특히 요즘 서빠 생활에 있어서 인터넷은 꽤나 중요하다. 팬 초기란 궁금한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모든 것이 신기하고 불타오를 때인데(본인의 중학교 시절
반의 70%가 연대 농구부 팬이었다.;) 전교에 한 명이면 어쩔까나. 검색어 제일 첫단에
걸리는 공식사이트 서태지닷컴이 제일 무난하다. 일단 밝고 맑고<-;;; 신생팬 비율도
높고.(그러는 와중에도 검색어로 찾아도 디씨 서갤이나 태지존 워3에서 팬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묵념. 아니 서갤이나 워3를 폄하하는 건 아니고, 처음에 들어가기는;;;)
그러다 거기서 베스트 먹는 뭔가 재미는 있는데 암호로 가득찬 것 같은 글이 어딘가에서
퍼온 거라는 걸 깨닫고, 사설 익명 사이트에도 들어가게 된다.
6집, 7집, 8집 등 앨범으로 구분되는 4년 남짓한 활동기를 주기로 서팬덤은 계속 변해왔지
만 동시대 안에서는 실제 나이나 팬 업력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공통 정서는 놀라울 정도
로 비슷하다.(물론, 태지보이스를 겪은 올드와 솔로를 계기로 좋아하게 된 신생의 공존
시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고, 팬질이 곧 전쟁이었던 6집-7집 초기에는 올드와 신생의 갈등
도 간헐적으로 일어났었지만 지금은 글쎄...후우 그 동안 양군이 양싸가 된 세월이 흘러
갔지요;;;) 이는 소수의 신생이 다수의 기존 팬에 유입되면서 동화와 학습을 거치면서
공통 정서를 흡수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나서이다.(100년된 소바집의 쯔유를 붓고 또
섞고 해서 그 쯔유가 옛날 쯔유 100%라고 부르긴 그런데 결국 그게 그거인 것 같은 뭐;;)
이 동화와 학습의 과정은 세대별로 차이가 있는데, 6집에는 태지매니아와 같은 거대 담론
과 각종 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사이트에서 체계적으로 학습을 했으며, 7집에서는
오빠님이 놀아보라고 만든 닷컴에서 오빠님의 '공식'자료들을 학습 반 게임 반으로
익혔으며, 8집 이후에는 각종 사이트에 그냥 묻혀들어가서 맨몸으로 수다떨면서 익힌다.
활동기에는 처음으로 맞는 오빠님의 활동에 우와거리다가 공백기에는 기존 팬들이 심심
해서 풀어놓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아니구나; 오빠님의 각종 일화나 음악잡설, 영상
, 사진들을 툭툭 줏어모으고, 사설 공유클럽에서 좀 더 긁어모은다.
이러다 보니 각종 서태지 전설;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사이트에서 일목요연하게 학습
된 케이스보다 일관성이랄까 지식이 떨어져서 가끔 이런 삽질을 하기도 한다↓(먼산)
http://kin.naver.com/qna/detail.nhn?d1id=3&dirId=30204&docId=52010890&qb=cm9jayZyb2xsIGRhbmNl
(어린 신생 비율이 높은 서까페의 오빠님 관련 질문과 답변을 보면 어두운 데서 서로
더듬더듬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사이트에서 사이좋게 데굴데굴 놀다가도 올드팬들이 '너무나 당연히 아는 것'
이다 싶은 질문이 올라오면 답해주다 질려서 '그런 것도 모르냐'고 개탄하거나 검색
창으로 밀어넣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태지 히스토리'와 같은 사이트는 꽤나 건설적
인 타개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나이도 들고 귀찮고 열성도 없는 본인은, '모를 수도 있는 거지 뭐...'
하고 그냥 넘긴다. 개념을 모르는 게 죄지, AC/DC가 락앤롤댄스 원곡자인거 모르는
게 죄인가. 어차피 학습의 시대는 지나가고, 어느 순간 두달 된 고딩 신생이 같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붸비하는 세상이 됐더라고. 이렇게 계속 나가고 들어오고 섞이면서 흘러가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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