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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태지야...나 또 술 좀 마셨다...........

게재일 : 2009.07.01 (Wed) 09:46:06 PM

작성자 : 또 술마신 뷉

No. 580110 추천수 : 49 조회수 : 1,131

나 또 술 마시고 두서없이 쓴다. 우선 정말 고맙다. 그리고 너무 수고했어.
언제나 이렇게 너무 쉬운 방법으로 도저히 상상조차 하지 못 할 만큼의 고통 속에서 나왔을 너의 음악을
그저 너무 쉬이 듣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홀로 긴 시간과의 싸움을 했을 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너의 음악을 내 온 마음을 바쳐 진심을 다 해 듣는 것외엔 없겠구나 싶어.

퇴근해 집에 와서 네모난 작은 내 방의 불을 끈 채, 두 다리를 끌어안고 등을 동그랗게 말아 고갤 숙이고
이번 정규 앨범을 들었어. 그 어떤 소음도 끼어들게 할 순 없었어. 볼륨을 최대한 높인 채 두 눈을 감고 정말 온 마음을 다해 들었어.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물 보다 더 큰 웃음이 나더라. 행복했어 태지야.. 나는 언제나 너를 통해 행복의 실체를 알아가는 것 같아.
가만히 눈을 뜨고 창 밖을 바라봤는데 삭막한 회색 건물들 조차 아름답게 보이더라.
너는 언제나 그렇게 내게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선물해줘. 그저 순간일 뿐일지라도 그런 작은 순간들 조차
눈치 챌 수 없이 지나가는 숱한 날들이 더 많은 걸 난 너무 잘 알고 있거든.

이만큼 나이 먹고 보니..그런 생각 자주 들더라..
나는 너무 닳고닳아버린 느낌..정말 어른이 되어버린 느낌.. 꿈도 잃어버리고, 그저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지..
미래를 위해 현실을 담보 잡힌 채, 나는 정말 갈 곳을 모르겠더라고..

근데 태지야.. 그거 아니.. 너를 통해서 내가 다시 꿈을 꾸고, 행복을 얘기하고, 갈 곳 몰라 헤매던 내 두 다리가 어느 순간 너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는 거.. 나는 살아있다는 게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너를 다시 만나지 못했더라면, 너를 그저 한때 동경하고 열광했던
스타로만 남겨 놓았다면 나는 여전히 혼자였겠지...행복이란 것이 그저 동화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라 생각했겠지..

태지야.. 어쩌면 넌 불안했을까.. 너의 곁을 지키는 이 많은 너의 연인들이 그저 바람같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을까..
내가 너를 바람같다 여겼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니 말대로 그저 사라져 버릴 향기 같은 것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 것처럼
너도 우리를 그렇게 바라본 적이 있었을까.. 너는.. 불안했을까.. 너에게 보내는 환호와 숱한 말들 속에 너는 마음을 다 주지 못 해
길을 잃어 헤맸던 적이 있었을까...

나 말야..더러 너를 두고 돌아서는 매몰찬 등을 바라봐야 했어.. 그때마다 내 가슴이 너덜너덜해졌지..
비릿한 칼끝이 내게 겨누어진것 마냥, 열렬한 연애를 하다 내가 배신당한 것마냥 가슴이 아프고 인정하기 싫었었어..
그럴수록 난 더 널 향해 다짐했어. 지난 그 많은 시간들을 널 향해 있었던 것처럼 니가 할아버지가 되고, 내가 할머니가 되더라도,
너와 내 얼굴에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주름이 자글자글 해지더라도, 평생 니 곁에 있겠다고 말야..

사람의 마음이 늘 한결같을 수야 없겠지만., 태지야 지난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나처럼 너의 곁을 묵묵히 지켜온
많은 팬들이..바람 같은 그 마음 말고, 돌아서는 그 쓸쓸한 등 말고... 언제나 너를 향해서 화석처럼 굳어진 그 세월은 안고...
이렇게 하루하루의 시간을 쌓아 세월을 만들고, 추억을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마...
이젠 우리 공식적으로 연인 사이잖아..^^ 우리 역시 마찬가지로 이젠 어쩔 수가 없어. 이렇게 세상에 공표된 이상
꼼짝없이 서태지의 연인들로 살아가는 수밖에..^^

태지야.. 고맙다... 수천번을 이렇게 말해도 모자를 만큼, 내가 날 어쩌지를 못 할 만큼.. 고맙고 사랑해..
믿어도 돼. 정말이야. 지난 그 긴 세월 동안 단 하루도 널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나 자동차 극장은 얼씬도 못 해보고, 대구공연에서 자동차 극장이란 델 처음 가 본 그런 여자야~~풉..
너만큼 누굴 사랑한 적이 없다.. 그래서 니가 내 첫사랑이야..
귀밑 삼센치 머리 여고생 때 널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왔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섰는데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이더라.
그래도 흘러가는 세월이 아깝지 않더라.. 니가 있어서.. 점점 더 멋져지고 근사해지는 너를 볼 수 있어서.^^

사랑해.
좋은 음악 들려줘서 고마워.. 날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내가 꿈꿀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살아있음이 기쁠 수 있게 만들어줘서 고마워..

모든 게.. 감사해..
보고 싶다..우리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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