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한 씨디를 안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흔들흔들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따가운 햇살에 살풋, 미간을 찌푸려요. 품에 안은 에코백엔 씨디 석장, 뱃지 여섯개, 포스터 세장이 들어있구요. 에버에선 15주년 앨범에 실린 테이크 파이브가 흘러나오고, 난 집까지 가는 그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가만가만, 씨디를 꺼내서 포장비닐을 살살 뜯어냅니다. 씨디가 잘 안 빠져서 낑낑거리다가 혹시 커버에 흠이라도 날까 다시 가방에 씨디를 잘 넣어두고, 다시 여름볕을 쬐며 집으로 갑니다. 아, 작년에 모아이를 사러 올 때도 이 원피스를 입었어요. 일년이 지났고, 난 한 살을 먹었고, 그러네요.
씨디를 살살 밀어서 꺼내고, 먼저 씨디를 홀더에서 꺼내는데 오른쪽에 Thanks to가 보여요.
첫 문장에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울컥해집니다.
이상하죠.
난 어린애였던 순간에도 별로 울어본 적이 없는, 마음이 거의 석화되어버린 메마른 사람인데요.
울 수가 없어서, 울어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요.
나를 위해선, 정말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요.
'스스로를 위해서 울기 시작하면 평생을 울며 살아도 모자라' 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아왔는데요.
오빠님, 당신은 날 울게 만들었다가 여섯살 어린애로 만들었다가, 당신을 처음 만난 열네살 여중생으로 만들었다가, 날 참 사랑스럽게 만듭니다.
오빠님, 내가 지금껏 했던 약속중에 가장 무거웠던 건 '살겠다' 였습니다.
내게 삶은 죽음보다 항상 무겁고 어려운 것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난, 오빠님 당신께 스스로 약속한 것이 있어요.
오빠님 당신께, 내 영원을 드리겠다고- 그러기 위해서 '잘 살겠다' 구요.
이따금 그 약속의 무게가 버거울 때, 난 오빠님의 이 한 마디를 떠올리며 견뎌나갈 거예요.
그리고 '고마워' 라는 말.
오빠님 당신이 하는 이 한 마디는, 내게 어떤 미사여구보다 아름다웠고, 힘이 되어준 별처럼 빛나는 언어였습니다. 남들이 평범하다고 할 그 한 마디가요. 그리고, 당신이 고마워 한 나니까, 절대 지지 않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시간은 많은 것들을 거짓으로 만든다고, 언젠가 당신은 말한 적이 있습니다.
네, 거짓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한 퇴색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시간이란 필터를 거치면서, 오빠님 당신과 함께한 기억들은 더 아름다워지기만 합니다.
그건 아마도, 오빠님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일년이 지났고, 이제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다시 먼 여행을 떠날 오빠님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마음에 담길 바라면서, 또한 이번 앨범동안 당신과 함께한 기억들을 마음에 담아 천천히, 오래도록 되뇌이며 떠난 시간 내내 오빠님 당신을 그리워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멀리- 너무 오래 떠나 있지는 말아주세요.
이상하게도, 매주 당신을 만나는데도 당신이 그립습니다.
내일 만날텐데도.
내일, 만날 수 있는데도.
비루한 소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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