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블로그를 정리하다가 쓴 글을 발견했엉!
대학 교양 시간에 자유 글쓰기 주제로 썼던 글인데..... 2004년도에 작성한 글. ㅎ
아주 오래된 글이고
글 재주도 별로 없고
좀 긴 글이지만, 공감(?)을 얻을까 싶어 놓고 가... ㅎㅎ
부끄럽돠 ㅋㅋ
반응 봐서 지워버려야지 ㅋㅋㅋㅋㅋ
‘태지 매니아’란 이름으로
민들레
대한 민국 사람들에게 한국 가요계의 역사를 새로 쓴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아마 열에 아홉은 똑같은 이름을 말할 것이다. 그건 바로 서태지.
한국어로도 랩이 가능함을 최초로 선보였다는, 발매하는 앨범마다 시쳇말로 대박을 터뜨린다는 등의 수많은 말들을 덧붙이며 언론은 늘 서태지를 주목한다. 더불어 그 서태지를 오빠, 형이라 부르며 어디든지 그를 따라다니는 '팬'들도 '서태지 팬'이라는 특성(?) 때문에 신문 한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잡고는 한다.
서태지 팬. 아니, 서태지 팬은 '팬'이란 말을 무지 싫어한다. 팬 대신에 그들이 '영웅'이 직접 붙여준 '매니아'라는 이름을 고집한다.
서태지가 나오지 않는 락 공연장에 가더라도 매니아들은 어디선가 꼭 노란 손수건을 메고 나타난다. 그리고는 저희들끼리 동그랗게 모여 슬램을 하고 해드뱅잉을 하고, 그렇게 놀다가도 문득 서태지 얘기가 나오면 '미친 듯이' 기뻐하며 리듬에 맞춰 외친다.
"우리가, 누구냐, 우린 태지 매니아."
그 어느 곳에 가더라도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무엇' 때문에 모였는지 알 수 있도록 매니아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는 한다.
나 역시 내 존재를 알리고 싶은 매니아들 중의 하나다. 휴대폰에 가득한 서태지의 사진, 놀러갈 때마다 손목에, 목에 메고는 하는 노란 손수건, 내 손길이 닿는 곳이면 거의 써있는 '갈 수 없는 곳이란 우리에게 없어', '그대는 새로워져야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고 새롭게 도전하자' 등의 태지 노랫말, 노란색 티셔츠, 노란 운동화, 노란 머리끈 등 등. 어쩌다 누군가, "서태지 팬이에요?"라고 물어오면 얼마나 기쁘던지! 나는 씽긋 웃으며 "네!"라고 힘주어 대답한다. 그리고는 상대방에게 다시 묻는다.
"혹시 그쪽도 태지 매니아?"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상대방 역시 매니아임을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 상대방과 나 사이에는 엄청난 '유대감'이 생긴다. 태지 매니아로서의 그 기쁨과 힘듦(?)을 서로 알고 있기에.
매니아란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에겐 일년에 생일이 두 번 찾아온다. 하나는 자기 자신의 생일이고 또 하나는 2월 21일로 서태지의 생일이다. 태지의 생일은 곧 매니아들의 생일이기도 하다. 아니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들의 축제의 날이다.
울트라맨이야 앨범을 발매한 뒤 서태지는 인터넷 방송을 한 일이 있다. 라디오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노래도 틀어주듯, 다만 그것을 온라인 서버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그 인터넷 방송 날 태지는 매니아들에게 말했다.
“나도 태지고, 너도 태지야.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들아! 우리 더 신나고 치열하게 살자!”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듣는 ‘너 역시 또 다른 나야!’는 얼마나 큰 기쁨이 되어 자신에게 다가오겠는가. 서태지 매니아들의 ‘자부심’과 그 ‘유별남’은 이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니아들이 느끼는 ‘서태지’는 언론에서 비춰지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서른 셋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늘 노력하는 모습으로, 도전하는 모습으로, 열정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서태지는 살아있다는 ‘존재’만으로도 매니아들에게 늘 위로가 되어준다.
나는 울트라맨이야때부터 서태지의 ‘매니아’로 살았다. 그를 처음으로 좋아한 때부터 치자면야 초등학교 5학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그 당시 서태지는 은퇴한 상태였고, 나는 스치듯 들었던 그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저 흥얼거리기만 하던 조그만 꼬마애였다. 그리고 나 중학교 3학년 때, 울트라맨이야 앨범을 들고 돌아온 서태지. 중학교 1,2학년- 사람들 흔히 말하는 ‘사춘기’의 과정 속에서, 하필이면 ‘자아개념’을 정립하던 시기에 나는 그를 만난 것이다.
내 자아개념 속에는 태지가 말했던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가 포함되어 있었고 그때부터 나는 ‘나’답게 살기 위해서 민들레다운 행동-----그것이 무언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그저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한 뒤에 부끄럽지 않다면 그것이 나다운 행동이라 여기고 있다-----와 더불어 ‘서태지’답게-----사실 이것도 잘 모르겠다. 그저 늘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신나고 치열하게 산다면 그것이 곧 서태지답게 사는 것이라고 본다--- 살기 위해 부던히도 애썼다. 덕분에 중3때부터의 나를 뒤돌아본다면 아쉬움과 후회보다는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아마 다른 매니아들도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답게 살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서태지’이기 위해 애쓰고 있으리라.
나는 사람들이 우리 매니아들을 그저 할 일 없이 연예인이나 쫓아다니는 부류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습고 이해할 수 없겠지만, 우리들은 ‘수천 수만의 또 다른 태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모여 이야기하고 노는 것이니까. 그저 똘레랑스를 가지고 그 ‘또 다른 태지’들이 만들어가는 문화를, 미친 매니아들이 만드는 밝은 세상을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쓰기의 이론과 실제, 자유발표 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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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 매니아'라는 이름으로 (옛날에 쓴 글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