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하고...
몇 자 적어볼게...
근래 불거진 특정 사안에 대해, 그것도 그다지 썩 유쾌하지는 않은 이슈에
유난히 태지 이름이 자주 거론되고 그것에 대해 많이들 기분이 언짢은데...
그 부분에 대한 시시비비와 본질 여부를 떠나서 나는 다른 관점으로 얘기를 해 보려 해.
제목에 제 2의 서태지라고 썼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제 2의 서태지는 나올 수 없고 나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
더 나아가 제 2의 그 누구도 마찬가지일거야.
서태지라는 이름은 하나의 고유명사이지만 이미 특화된 문화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어떠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최고나 최초의 입지를 가리키는 사람들의 대명사화가 된 지 오래야.
그건 서태지였기에 가능했던 거지.
그의 음악을 기본으로, 스타일, 기획력, 마케팅, 구성력, 실행력, 연출력, 인맥 관리, 사업 관리 등등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 그만의 독특함과 탁월함으로 지금의 위치가 된 것이지,
단순히 음악 컨텐츠 하나만으로 서태지라는 이름의 가치가 천팔백억원이 될 수는 없을 거야.
물론 부수적으로 팬들에 대한 태도라든지 본인의 생활, 마음가짐, 사고방식, 취미 등등은 차치하고 말야.
이전에도 제 2의 서태지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타난 가수들은 있었어.
그러나 아무도 그 명맥을 오래 잇진 못했지.
나도 한 때 가요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 2, 제 3의 서태지가 계속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어.
서태지는 서태지일 뿐이야. 다른 누가 어떤 큰 입지를 다지자면,
그건 서태지의 이름을 빌리지 않은, 본인 자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야 할 거야.
처음에 서태지의 이름을 업고 평가를 받는다면 세간의 주목과 관심을 받겠지.
칭찬과 기대도 받을거야. 하지만 그 평가는 주로 음악적인 부분과 대중적인 폭발적 인기와 인지도...
그 쪽에 국한 될 거야. 어쩌면 마케팅이라든지 연출 부분도 다소 포함될지도 몰라.
그러나 이건 "ㅇㅇ계의 서태지"와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같은 분야인 가요계에서 받는 평가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높이 평가 되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사건건 서태지와 비교를 당하거나
뭔가 획기적인 변화나 발전이 없으면 순식간에 평가가 뒤집어질 수도 있겠고...
그렇게 되면 본인으로서도 더 잘해야 한다는 크나큰 부담과 긴장이 뒤따르겠지.
서태지라는 이름이 날개가 되는 동시에 어떤 제한과 한계로도 작용한다고 생각해.
서태지처럼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정작 본인은 원하지 않아도
주변과 대중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지 않을까.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재기하지 못한 채 그대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거고...
만일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스스로의 입지를 다지게 되면...
그건 그 본인일 뿐 더 이상 제 2의 서태지는 아닌거야...
서태지 뿐 아니라 제 2의 그 누구라도 그 이름 안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김연아가 제 2의 미셸 콴이 아니고, 우사인 볼트가 제 2의 칼 루이스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운동 선수만 나열했지만 미술계든 무용계든 영화계든 문학계든 정치계든 학술계든 사업계든...
제 2의 누구라는 이름을 단 순간, 그 이름에 가려져 그 이름이 먼저 행한 어떠한 비슷한 행보를 답습하고는
만일 그것보다 뛰어나거나 새롭거나 기발하거나 무엇보다도 그러한 시도들이 성공적이지 못하면
냉정하게 평가 절하되고 본인의 이름은 왜곡되거나 드러나지 않은 채 묻혀져 버리고 말겠지...
그러나 모순된 점은 만일 성공적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제 2의" 누가 아니라 본인 그 자신이라는 거야..
그 명백한 사례로 서태지는 그 이전 세대의 가장 큰 뮤지션인 제 2의 조용필로 평가받지 않고 있잖아.
스스로 음악 활동을 영위하고 본인의 의지와 판단에 따라 모든 사안을 진행하고 큰 지지와 인기를 얻는 것은 동일하지만
서태지는 오로지 서태지 자신, 그 이름으로 자신의 영역을 굳건하고도 확실하게 다지고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제 2의 서태지라는 이름으로 어떠한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이미 현재 위치의 서태지라는 이름은 새로 나타나는 그 누군가가 이어받을 수 있을 정도도 아니고...
만일 그렇게 한다고 한들 그 순간부터 그 지속성과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므로...
나올 수도 없고 나와서도 안 된다고 보는 입장이야....
게다가 가요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두명 세명의 서태지 보다는
서태지 한 명, 신해철 한 명, 윤상 한 명, 이승환 한 명 등등등등..... (← 미처 적지 못한 많은 음악인들)
실력있는 뮤지션들의 각자 다양하게 독창적이면서 크지 않더라도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편이
더 풍요롭고 발전적일 거라는 생각이야....
그냥....
이런 저런 얘기들 속에 요즘 들어 생각했던 내용을 정리해 보았어...
긴 뻘글 읽어주었다면 감사.... ^^
잡설 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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