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처음 만난 건 2005년 9월 이었어요.
매냐 언니가 훌쩍,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다 와서 캄보디아에서 만난 눈 맑은 꼬마아이 이야기를 해주었거든요. 그 언니 생일선물로, 캄보디아의 여자아이를 후원해주겠다고, 약속을 했구요. 후원하는 곳에 전화를 걸어서 캄보디아에 사는 여자아이를 후원하고 싶다고 이야길 했어요.
며칠 후, 후원하는 아이 사진이 도착했어요.
...남자 아이네?;
전화해서, 아니 왜 캄보디아 아이도 아니고 여자아이도 아닌가요? 라고 묻자 담당자 오류라고, 그럼 다른 아이로 바꿔 드릴까요? 하더군요. 하지만 이미 아이는 후원자가 생긴 걸 알고 있다고 하면서요.
어쩌면 아이를 후원하는 건, 자기 만족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으로 지구에서 사는 건 수없이 죄를 짓는 일이고, 조금의 가책이라도 덜어보려고 먼 나라의 낯 모르는 아이를 후원하는거라고, 말이에요. 겨우 한달에 몇만원으로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처럼 이 아이는 마음에 안 드니 저 아이, 이 나라는 마음에 안 드니 저 나라, 하는 게 더 우습단 생각이 들어서 아니라고, 그냥 후원하겠습니다- 하고 나서 아이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 봤어요.
타지키스탄에 사는 보바는 1992년 생이에요. 1992년생.
이 숫자를 보는 순간, 이 아이가 다 자랄 때까지 후원을 끊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어요.
난 알아요둥이니까요.
일년에 한 번정도, 보바가 쓴 편지나 사진이 오는데 아이의 근황을 보면 보바도 수학은 싫어한대요, 저처럼요.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조용하고,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는 제 아들은 저도 닮았고 오빠님도 닮았죠? 어쩌면 타지키스탄의 음악인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혼자서 상상해보곤 해요.
그리고 며칠 전, 보바의 사진이 왔어요.
...제 아들 다 컸죠? 어중간한 사이즈의 양복을 입은 사진을 보면서 헤아려보니, 벌써 보바가 열 일곱살이에요.
내년이면, 성인이 되는 거죠. 그리고 만 열여덟이 되면, 후원은 끝날테구요.
제 첫 아들, 오류와 우연이 맺어준 난 알아요둥이 보바를 후원하는 것도 이제 열 세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리고 내년이 되면, 전 난 알아요가 완전히 성인이 되었구나, 라고 자축하며 축배를 들게요.
성인이 된 기념으로 오빠님의 씨디를 보내주고 싶은데, 아이가 씨디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든, 들을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내년에 난 알아요가 열여덟살이 되면, 꼭 씨디를 보내줄래요. 오빠님의 자식같은 음악을, 제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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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화님, 제 아들은 열 일곱살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