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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아주 뒤늦은 싱글 1 감상문

게재일 : 2008.10.07 (Tue) 10:47:27 AM

작성자 : 소녀

No. 182048 추천수 : 2 조회수 : 172

서프린스의 음악은 '아주 잘 지어진 조형물' 의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
단순히 잘 빠진 건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이 되버린 그런.
불타버렸지만 숭례문이 그렇고, 노트르담이 그렇듯이.

그냥 들을 때는 멜로디 라인을 따라가기 바쁘고, 다시 들을 때는 보컬의 질감을 따라가기 바빠서 허덕이는데 수십번쯤 듣고 나면 음이 층층이 쌓이면서 내 주변으로 하나의 조형물이 지어지는 느낌이 들거든.
음이 이 쪽 벽에서 저 쪽 천장으로 탁 튀어가고, 다시 바닥을 치고 내 몸을 투과하는 그런 느낌말이야.
잘 지어진 공간은 텅 비어 있는 듯 보여도 그 자체로 울림을 만들어 내듯이.
뛰어난 연주자는 야외에서도 감동을 주지만, 아주 잘 만들어진 공연장에서 정확한 연습을 거친 뒤 최고의 퀄러티로 뽑아낸 연주에는 비길 수가 없는 것처럼. 그리고 이 공간을 아주 잘 쌓아올렸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러기 위해선 공간과 음에 대해 마스터하고 있어야 하고. 모든 변수와 환경을 다 따져서 하나하나 정밀한 계산과 예리한 직감으로 어떤 한계를 돌파한 느낌.

이건 숲의 느낌이고, 바다의 느낌이고,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자연미' 란 생각이 들었어.
이런 의미에서 서프린스는 '음악 장인' 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
확실히 이 사람은, 건축을 했어도 잘 했을 것 같아.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이 아니라, 음표로 쌓아올린 건물로 극상의 예술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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