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20일 제주 올레길 걷다.

17일 12:00

제주공항에서 서귀포시로 가는 리무진버스를 타고 종점인 kal 호텔 도착하니 1:35.

호텔건물 뒤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쪽으로 내려갈수 있는 길이 있지만 시간이 없으니 일단 이동부터 하자.

6코스 천지연 산책로에서 한컷. 잘 꾸며진 공원길이 한참 이어진다. 이렇게 툭트인 길이 있는 반면 나무가 우거진 길도 있는데 숲에서 꿩이 나타나서 순간 깜짝 놀람...제주도에서 본 야생동물은 꿩이 다였다. ㅋㅋ좀 실망ㅋㅋ

외돌개에 도착하면 정방폭포이후 또한번의 관광객 무리들을 만나게 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경관이 좋다.

이사진이 외돌개에서 찍은 사진이 맞나 확실치 않군..

숙소는 세화의 집. 6코스 절반 돌았을 뿐인데 왤케 피곤한지. 암튼 일찍 잤다.

이 날 서몽을 했는데 무려 오빠가 내 머리를 쓰담쓰담하시더니 새치를 뽑아 주었다. 새치를 뽑아서 날 보여주는데 한번 뽑았을 뿐인데 머리가 열가닥은 넘어보였...그래서 내가 나 머리숱없으니까 새치 뽑지 말라고 했다능....ㅋㅋㅋ

18일 6:00기상

세화의 집을 잠깐 소개하자면 1박 25000. 여자들만 이용가능. 조식주시고 점심때 먹으라고 주먹밥 싸주심. 와 이렇게 퍼주시면 남는게 있을려나 받은 나는 좋지만.

아침을 먹고 표선해수욕장까지 세화의 집 사장님이 데려다주심. 표선백사장부터 2코스 방향으로 역올레길 시작.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의 백사장. 날씨도 좋고~바다색이 너무 예쁘다. 신발을 벗고 바지 걷어 붙이고 백사장을 걸어보았다. 물이 차갑지만 이런 곳에서 물에 발한번 못담궈보고 그냥 간다는게 말이 됨?

표선백사장지나서 바다목장으로 가는 올레길. 이런 돌무더기 위를 지날 때가 종종있으므로 튼튼한 운동화는 필수. 돌맹이를 쌓아서 사람들이 지나다닌 길 표시를 한다. 나는 역올레 중이므로 이런 표시가 반갑고 고맙드라. 나도 화살표 없는 중간 길목에 돌맹이를 올리면서 걸었다.

통오름가는 언덕에서 내려다 보니 상당히 이국적인 풍경이다. 멀리 바람개비처럼 생긴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사실 올레길을 걷다보면 여기는 어디라는 표시가 거의 없다. 그저 파란색 화살표와 올레길 표시로 매달린 파랑노랑 리본만 보며 걷다가 여기는 어디쯤이겠군...하며 혼자 추측하는 방법 뿐. 3코스 역올레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정방향으로 올레를 돌때만큼 길찾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갈레길은 왜이리 많은지. 누가 거꾸로 돌라고 시킨건 아니지만 정해진 길로만 걷는건 좀 재미없잖아. 여긴 다행이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니까 약간 길을 헤메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역올레 덕에 3코스의 하일라이트를 이미 보고 와버려서 통오름부터 온평포구까지 이어지는 긴 시골길을 약간 헤메기도 하면서 걷다보니 따분하다는 느낌도 다리가 아프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걷고나니 재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18:00 온평포구 도착. 숙소는 소라의 성. 숙박비 25000. 식사비는 비포함.

19일 7:00

아침에 일어나니 창밖에 바로 해가 있었다. 좀 일찍 일어났으면 해뜨는걸 볼 수 있었을텐데. 305호에 머물렀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꽤 좋았다.

아침으로 전복죽을 먹었다. 전복을 많이 넣어줄거란 기대는 접는것이 좋다. 가격은 9000.

2코스 시작점인 광치기 해변을 가기위해 버스 정류장을 찾아야 하는데 어딘지를 모르겠다. 멀리서 할아버지가 트렉터를 몰고 나타나셔서 정류장가는길을 물었는데 거까지 태워다 주셨다. 

동일주회선 버스를 타고 기사분께 광치기 해변 간다고 말하고나서 좀 잤는데 아뿔사 여긴 어딜까? 기사분께 광치기 해변 지났냐고 물어보니까 확실하게 대답을 안해주길레 여기서 내리면 �풍캅� 물어보니 그러란다. 무작정 내리고 나서 길가던 아줌마에게 여기가 광치기 해변이냐고 물어보니 한참 더가야 된다고. 기사아저씨 뭐여...아놔...암튼 내가 내린 그곳은 성산항 근처였다. 어차피 우도를 가려고 했으므로 계획변경하여 우도를 가기로 하고 성산항까지 걸어갔다.

10:40분 배를 타고 15분 정도 항해를 하면 우도에 도착.

이것이 우도. 설명은 물소머리 닮았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엔 소 등허리 모양과 닮았다.

숙소는 산호풍경. 홍조단괴해빈 바로 앞. 1박 30000.

홍조단괴해빈은 쉽게 말하면 산호시체가 하얗게 굳은 것이 해변에 쌓여서 신비로운 물색을 만들어 내는데 대표적인 산호섬인 괌, 사이판에서나 볼 수있는 신비로운 비취색을 여기서도 볼 수가 있다. 

여기가 바로 천연기념물 438호 홍조단괴해빈 백사장.

한참 백사장 구경을 하다가 올레길 시작.

우도봉 올라가는 길. 바람이 장난아니게 분다. 사실 여기서 말도 타고 그랬는데.ㅋㅋㅋ 

나는 여태껏 태어나서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 겪어봄...대략 생명의 위협을 느꼈달까..이 사진도 겨우 찍음. 그래도 무사히 살아서 내려왔다. ㅋㅋ

우도봉을 내려와 숙소에서 잠깐 볼일을 본 후 다시 길을 나서는데 왠 흰둥이가 친한척하며 따라온다. 근데 따라오는게 아니라 길안내를 하고 있다. 얼마나 올레꾼들을 따라다녔으면 길을 다 아는지...내가 뒤쳐지니 파란 화살표 앞에 잠깐 멈춰서있다. 이 녀석 이름을 내가 말똥이라고 불렀는데 다름이 아니라 망아지 똥을 막 쳐묵쳐묵..ㅜㅜ 그래서 말똥이라고 지어줬다.

말똥이랑 나는 한참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왠지 개한테 안내받는건 인간으로서 자존심ㅋㅋ이 용서치 않아 막 화살표 없는 데로만 다녔다.ㅋㅋㅋ 길 잃어봤자 우도안이지 뭐.ㅋㅋ 다리가 아파 잠깐 쉴때 초코바를 조금 떼어줘봤다. 근데 입맛에 안맞는지 두어번 먹고는 걍 가만히 딴데 보드만..역시 너의 입에는 똥이 맞는 모양이로군화...ㅜㅜ

말똥이에게 소세지라도 하나 사먹이고 싶었지만 편의점이란 편의점은 다 문을 닫았다. 우도봉을 내려온 오후 두시 반쯤에 입구에서 핫도그를 팔던 트럭이 나갈 준비를 하더니..오후 네시 밖에 안됐는데 다 문을 닫았어...어쩜 이래?

숙소에 도착해서 좀 씻고 연아의 갈라쇼를 본 후 취침.

20일

알람보다 잠이 일찍 깨버렸다. 첫 배가 7:30분이라 그때 까지 또 티비시청.

출항을 8시에 했다. 여기는 배 시간이 불규칙한 모양이었다. 15분의 짧은 항해라도 시간표 대로 다 운항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리도 아프고 더이상 걷고 싶지 않은 기분에 편하게 관광이나 할 셈으로 중문으로 출발. 성산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일주회선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종점까지 간 후 중문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중문에서 하차 후 여미지 식물원으로 갔다. 가을이라 그런지 꽃이 별로 없다. 소풍온 꼬꼬마들과 관광객들은 많은 편이었다.

일곱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갔다는 천제연폭포를 잠깐 보고 나오니 다리가 너무 아프고 입안에 염증은 더욱 커져 욱신거리는데다 으실으실 춥기까지 해서 그만 하기로 결정하고 비행기표 예약을 변경하고 집으로 귀환.

다음 올레길을 위한 팁. 

긴팔티 3장과 면바지 1개 준비해갔지만 부족하다. 바람막이는 필수. 바지는 무조건 가벼운 츄리닝이나 면바지. 청바지는 비추다. 짐된다. 그리고 운동화는 발목까지 오는거 추천. 아니면 바닥 폭신하고 좋은 거. 나는 새 운동화에 밑창따로사서 또 깔았는데 둘째날 발가락에 물집잡힘. 양말도 바닥 두꺼운거 추천. 없으면 얇은거라도 겹겹이 많이 신도록. 첫째날 얇은 양말 신고 있었고 겨우 4시간 걸었을 뿐인데 양말에 구멍남. 속옷은 그날그날 빨아서 말려입으면 되므로 여러장 준비할 필요는 없다. 세면도구는 칫솔필수. 타올 1장이상은 불필요. 화장품 썬크림 각자 알아서 준비. 세면타올 외에 스포츠타올을 한장 가지고 갔는데 유용하게 쓰임. 바람이 무지하게 많이 불어서 보온용으로 목에 감고 다녔다. 땀도 닦고 빨아도 물기가 금방 말라서 좋다.

다행이 내가 지낸 3박 4일 동안은 날씨가 화창했다. 그래서 비옷은 살 필요가 없었다. 모자는 챙이 넓은 카우보이모자 같은 것이 좋다. 나는 야구모자를 가지고 갔는데 시야가 좁아져서 돌 위를 걸어 다닐때 위험하고 경치를 구경할때도 좋지 않았다.

숙소를 따로 정하지 않고 다닌 관계로 내내 베낭을 짊어지고 걸어다녔더니 빨리 지친거 같다. 다음엔 숙소를 먼저 정한 후 짐은 숙소에 맡기고 작은 가방에 물이랑 돈, 화장지, 간식, 썬크림만 챙겨서 길을 나서자. 심신이 피로하면 아무리 좋은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 코스를 돌다보면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곳이 상당히 많다. 코스를 다 돌아야 한다는 욕심을 내서가 아니라 한번 그런 길에 들어서면 차가 다니는 길까지 무조건 가야하므로 여기서 그만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코스를 시작했으면 무조건 끝까지 가야 차가 다니는 길도 나오고 버스 정류장도 나오므로 시간 계획을 잘세워서 걸어야 한다. 오후 네시정도만 되면 해가 뉘엇뉘엇 저물기 시작하므로 되도록 오전 9시 전에 출발해서 일찍 코스를 끝내고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역시 올레의 맛은 사람이 없는..그러니까 관광지로 부터 좀 동떨어진 그런 곳을 다니는 게 훨씬 재밌달까. 다니면서 여자 혼자 겁도 없이 다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기억을 되돌아보면 잘 닦여있는 길이라도 아무도 없는 산길을 여자 혼자 걷는건 조금 무서울테지? 난 오히려 그런 외딴 길목에서 사람을 만나는게 더 무섭다는 입장이지만. 옛부터 여자가 많은 섬이니까 왠지 여자 혼자 다녀도 안심이랄까...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혼자여서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으나 그래도 커플을 만나면 좀 뻘줌하긴 했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