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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서태지없는 ETP?

게재일 : 2009.07.03 (Fri) 02:17:09 PM

작성자 : 닥찬8집

No. 583891 추천수 : 2 조회수 : 624

물론 대장이 만에 하나라도 그렇게 결정 내린다고 한다면
틀림없이 그만한 이유나 뜻이 있을 것이므로
울면서 바늘주머니 씹어먹는 기분으로 따를 것이지만,

그래도 이티피의 재미+감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 수가 없겠다.

콘이나 맨슨처럼 헤드라이너급 뮤지션이자 세계적인 밴드와 함께 했던
지난 이티피를 떠올려보면 개인적으로는 그 아쉬움이 더 크다.

비록 세계적으로는 유명밴드에 비해서 그 지명도가 작다고 하지만
나는 그들의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과 태지의 무대가 시작되는 순간이
설명할 수 없는 다른 빛처럼 사뭇 달랐다는 느낌을 매번 받았다.
두가지의 경험이 얼마나 이티피라는 축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빛이라는 부족한 비유를 들어 표현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우리의 언어와 시간이 빚어낸 거물급 뮤지션이 태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롹뮤직은 자유고 저항이라는 것을 내 언어와 내 문화안에서 펼쳐낸 사람이고
그것도 작은 규모가 아니라 범대중적인 규모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낸
아티스트이다.
한마디로 우리와 함께 때를 같이하여 숨쉬고 살아온 최고의 뮤지션으로써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거물급 아티스트가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이란 만국공통어이고 음악이 줄 수 있는 감동이란 어떻게 다른가보다
얼마나 닮아있는가를 잘 알고 있음에도 내가 이렇게 다른 빛 운운하는 것은
다른 롹페와 이티피의 개성과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티피(특히 그가 무대에 올랐던)에 다녀오면
마음 속에서 전등 하나가 더 켜진 느낌이었다.

뮤즈가 무대에 오르기 전, 트래비스가 오르기 전에 느껴지는 기대와 흥분은
태지가 무대에 오르기 전의 긴장과 흥분과는 다른 빛깔로 다가왔다.
이티피는 그 두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무대인데
어떻게 아쉽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난 두가지 다 잡아잡숴야 배가 고프지 않은 족속인걸.

서태지 컴플렉스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일부 롹팬들은
'오히려 더 좋다~' 머 이런 "비겁하거나 혹은 무식하거나"한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저도 모르게 제 속에 있을 아쉬움을 유치하게 포장하겠지만,
서태지없는 이티피무대란 정말 정말 매우 매우 섭섭한 거다.

그건 섬머소닉 헤드라이너급 밴드가 줄줄이 나온다고 해서
상쇄될 문제가 아니다.
그 감동은 그 감동이고, 이 감동은 또 다른 감동이다.

이런 주절거림..그냥 기우로 끝나고,
8월 15일 그가 마련한 축제를 신나게 즐겨봤으면 싶다.
당근 그도 함께 서있는 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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