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랍다.
이렇게 시적인 가사라니....
태지의 가사는 언제나 함축적이고 비유적이었지만,
이번 곡은 정말이지..... 그 의미가 눈물나도록 처연하다.
들으면 들을 수록,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처음엔 마치 수수께끼같던 단어들이
조합되어 의미를 만들어내고, 그 의미가 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마치 암호를 해독하는 것만 같은 이 느낌.. 이 희열...
그것은 사운드 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서태지의 노래를 듣는 재미이다.
하지만 이번 노래는 재미보다는 감도..
슬픔과 아련함과 서글픔과 희망이 공존하는 노래..
'슬픈 아픔'과도, '10월 4일'과도 다른 '아침의 눈'만이 만들어낸 이미지..
너무나 아름다운 곡이다.
음악적인 부분은 난 잘 모르니까, 가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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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들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제목에서도 등장하는 '눈'과 '꽃'이 무엇을
상징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냥 눈이 아닌 '아침의 눈', '밤새 내린, 그러나
곧 사라져버릴 눈'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그 의미는 명확해졌다. 바로 때묻지 않은 순수..
그걸 이해하고 나니 이 노래의 의미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이었던 '꽃'
'꽃'은 '눈'보다는 이해하는데 더 시간이 필요했지만,
아마도 그건 그가 피워낸 꽃, 바로 음악이 아닐까 한다.
물론 듣는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으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잊혀져가는 순수함과 그에 대한 두려움, 그럼에도 서로의
마음을 변치 않고 지켜줄 팬들과의 사랑, 그리고 그 결과물인 그의 음악...
이 세가지의 코드로 이 노래의 가사를 음미해보고자 한다.
- 오랜 이야기엔 눈물도 사라지고 말겠죠 거짓말도 난 배우겠죠
시간은 많은 것을 파괴해버린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감정들과 거짓말을 배우면서
잃어버려가는 순수.. 태지는 언제나 변하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리는 순수에 대한
슬픔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나 이젠 무뎌져 버린 마음을 이젠 다신 거짓말로 버려두지만은 않기를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오늘처럼 그 마음 그대로..?
"내일도 만나자"가 아니라 "만나게 될까요?" 라니... 정말 물어보는 것 같다.
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듯 하지만, 반대로
그 어떤 말보다 더 강한 애원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 하다.
더군다나 "만날 수 있을까요"도 아닌 "만나게 될까요"라니...
어찌 이보다 더 절묘한 언어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너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닌 시간의 탓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
그러나 그래도 만날 수 있다면, 세상 살이에 지쳐 무뎌진 마음을 모른체하고
내버려두고,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도록 버려두지 말아주기를...
간절한 그의 바램이 전해져 온다.
-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 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이 소절이 가장 은유적인 부분이 아닐까 한다.
흰 눈은 마음 속에 간직한 순수, 비는 그 순수함을 사라지게 하는 세상의 어떤 것,
노란 우산은.... 후훗.. 다들 알다시피 팬들을 상징하겠지..
우산은 비를 막아주니, 이는 팬들의 마음이 그를 세상의 가혹한 것들로부터 지켜줄
것이라는 의미가 되나? 그로 인하여 그 순수를 다 잃지 않고 지킬 수 있음을...
그리고 음악이라는 예쁜 꽃을 피워내어 그것으로 딱 한번 서럽게 울 것이라는...
여기서 말하는 '예쁜 꽃'이 서정주 시인의 '국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을거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하지만, 티저에 등장한 꽃은 분명 노란 국화였다. 후훗~
그리고 "딱 한번" 운다니...
하얗게 쌓인 눈이 녹듯 우리의 마음 속에 간직한 순수함이 첫 비에 사라져버리는 날...
그 잃어버려가는 순수함을 애통해 하며 울어버리겠지. 하지만 딱 한번이야....
너희들의 마음으로 피워낸 내 노래로 단 한번의 울음을 토해낸 후 다시 나를 찾을 거야..
태지는 언제나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 밤을 새 춤추며 내려온 이제 곧 사라질 아침의 눈을
너도 잠시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 텐데
밤새 내린 흰 눈은 이제 비가 내리면 곧 사라지겠지만 그래도 가슴에 누구에게도
밟히지 않은 순수가 존재한다는 걸, 너도 잠시만이라도 느끼고 돌아본다면 좋을텐데..
- 내 손을 잡아줘 난 매일 밤마다 어두운 물살 속으로 빨려 내려나가던 꿈을 꾼거야
가는 손목으로 그려낸 달콤한 향기 난 알아
태지는 두려운걸까?
어두운 물살이 그를 빨아들여 세상의 거친 곳으로 내동댕이치는 꿈을 꾸며,
그래도 가늘고 여린 손목으로 팬들이 그려낸 향기는 달콤하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가는 손목.... 여리지만 순수한 손... 그 손이 만들어낸 달콤한 향기로 그는 구원받고 있었던 걸까?
- 매년 첫 번째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을 네게 줄거야
아... 노란 우산은 팬들의 마음 뿐 아니라, 태지 자신의 마음이기도 하구나...
그 노란 우산을 펼쳐서 만든 예쁜 꽃을 우리에게 줄 때까지 매년 첫 번째
비가 내리는 날을.... 기다려야겠다.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큰 선물.
그의 음악을 가지고 그가 돌아올 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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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 어느 시가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태지는 천재라고밖에..........
그리고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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