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없이 퍼왔는데..괜찮으려나...이 글 읽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닷컴 가서 직접 읽어보면 더 좋구!!)
제 목 : 40세 아줌마가 호주서 태지보러 와서 대전 간 얘기
작성자 : 내가사랑한서씨
1. 사전 정보
나이에 대한 편견이 묻어나는 말을 제목에 집어 넣어서 선정적인 표현을 한 걸 일단 용서해주세요.
하지만 유세할 건 해야죠. 결혼했고 애가 둘있고 직장도 다니고 게다가 호주 교민인 사람이
콘서트만을 보기위해 한국에 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죠?
반하기는 3집때 반해서 그때부터 시디사고 팬노릇을 하다가 온라인 팬질에는 2003년도에 입문해서
단 한번만이라도 서태지를 실물로 보는 게 소원이었죠. 1997년부터 호주에 살았기에 볼 기회가 없다가 2004년에 난생처음으로 서태지의 존재를 내눈으로 확인하러 귀국했었어요. 제로 수원공연을 보고 갔었죠. 그때 글도 아마 검색하면 나올겁니다.
7집은 짧기라도 했지 8집활동은 1년인데 그동안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추첨에 응모한 번해봤으면, 콘서트 예매전쟁같은 것 좀 치러 봤으면, 쫄핑파티는 뭔가요,
새로 나온 과자 이름인가요?
전국투어가 다가오고 아무 말 못하고 끙끙앓는 저를 보기가 민망했던지 남편이 드디어 포기합니다.
'아무도 데려가지 말고 자기만 빨리 갔다가 빨리 와.'
'...'
'친정에만 알리고 시댁에 모르게 해, 내가 휴가 내서 애들 볼테니까.'
오오오 1년 동안 끙끙앓으면서 사실은 무언의 시위를 한 게 되었지요.
결국은 울 착한 남편이 휴가내서 애들을 돌본다고 하해와 같은 성은(?)을 내리고.....
드디어 전국투어 공지가 뜨고 7월 초에 대전과 인천이 이틀차이로 날짜가 잡힌 걸 확인하고는
기분이 공중부양하더군요.
조금이라도 아낄려고 일본 경유 항공사 비행기를 끊어놓고 한 달을 초조히 기다렸습니다.
2. 당신에게 처음 육성으로 말하다. '당신 보러 호주서 왔어'
대전 콘서트 장, 아는 매냐가 만들어온 호주에서 서태지 보러왔다는 플래카드 들고 닷컴 카메라 맨을 찾습니다.
2004년도에는 도망다녔거든요. 뭘 이런 걸 다.. 하는 심정이었어요.
근데 이번엔 제 맘가짐이 다릅니다. 우리 내일도 만날 수 있지? 라고 태지가 물었다는 말 듣고 충격 받아서
태지에게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이렇게 손발 오그라들고 자기 자랑 섞였으며, 나이와 결혼유무에 대한 고정관념들로 가득찬, 사심 가득 글을 씁니다. 꼭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내일도 만날 수 있고 모레도 만날 수 있다고...
나는 오로지 당신의 콘서트를 위해서 비싼 비행기값 물어서 지구를 반바퀴 돌아서 오는 사람이라고
나는 당신와 같은 물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세파에 무뎌져가지만 아직은 당신을 알아볼 눈이 있다고.
하여튼 닷컴 카메라맨이 오고 디비디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을 한번에 잘하라고 하더군요.
안그래도 그가 아무도 모르게 호주에 왔다가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서 나중에 줄리엣 메이킹을 보고
땅을 치면서 아쉬워했었기에
'왜 왔다가 그냥 갔어?'
'나 시댁도 모르고 친구들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날라왔어, 콘서트 보러'
막 이런 말을 주워섬겼는데 그 카메라맨은 어, 좀 약해요..그러시더라구요. 다시할까요? 그랬더니 두번 하면 안된대요. 회장님이 두번 이상 연출해서 찍는거 싫어하신대요.
근데 사실은 다행이예요.
지가유,,,제가 사실은 야반도주 중이라 디비디에 들어가면 안되는 몸이걸랑유.... 그냥 보기만 하세요.
다른 사람이 볼 필요 아무것도 없구유. 그냥 태지씨가 플래카드만 확인해주면 되유...
심지어는 제 얼굴을 기억할 필요도 없답니다. 제 마음만 알아줘요. ㅜ.ㅜ
은혜로운 콘서트장.
'나에겐 이게 4년간의 떡밥'이라고 말하는 그. 우리와 한 콘서트의 기억으로 그때의 추억으로 긴긴 창작의 시간을 견딜 그..
너무 뿌듯하더라구요. 내가 내 맘을 표현했다는 게, 숨어서 타국에서, 맨날 받아 먹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카메라에 얼굴 노츨시킨 게.
사실은 단 한번도 디얼티 버튼을 눌러본 적도 없는 저이거든요.
소셜 포지션인지 포대긴지 다 내던지고 육성으로 당신 보러 왔다고 말했던 게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3. 호주에 있는 남편, 나 또 결혼했어!
그리고 그 대망의...우쥬메리미에 대한 대답!!
'여러분은 같이 자던 마누라가 벌떡 일어나서 우쥬 메리미? 이러먼 어떻겠어? 섬찟하지?'
아아아아아아악강가악!!
저런 표현을! 유부 신분만 알수 있는 저런 표현을 쓰다니. 그렇잖아요. 신혼의 설레임이 지나고 이젠 저 사람이 내 일상에 들어온 게 너무 자연스러운 상황.
항상 잠자리에는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 밥을 차려 같이 먹고 같이 티비보고 같이 손톱 깎고 같이 귀 파주고...뭐든지 같이 하는 사람, 그 사람. 그게 남편인데...
저런표현을 써주다니. 그 사람의 진심을 의심했던 우리 모두를 한방먹이는 한 마디.
너희는 이미 내 일상에 깊이 들어와 동행하고 있는 마누라야.. 하긴 그러고 보니 나 이미 날개반지도 끼고 있었네. 오호호홓. 나 남편 또 생겼어. 설마 설마 했는데 저 사람이 그렇대잖아. 왜 옆자리에서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우쥬 메리미? 또 하고 또 하고 또 하냐고?? 우하하핫.
유부녀 심정으로 너무 살갗을 파고들어오는 멘트였어요. 이 사람 진짜 사람 잡어...ㅜ.ㅜ
4. 안 변하려면 노력을 해야 돼.
사실은 공연가기 전에 수유 핫트랙스에서 앨범을 사고 지하철에서 땡스투를 확인하는 순간 눈물이 났거든요. 사람들 되게 웃겼을 거야.
아줌마가 고물 시디플레이어 무릎에 놓고 시꺼먼 시디자켓 손톱으로 간신히 찢더니 입을 헉 막고 질질 짜고 있으니 말예요.
나를 채운 물과 흐름이 같은 너희, 흐름이 같은 너희...이게 너무 걸려서 말이지요.
흐름이 같단 얘기는 웨이브가 같단 얘기, 바로 주파수가 같단 얘기잖아요.
그가 보내주는 신호를 지직거리며 못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깨끗하게 수신한다는 말이잖아요.
안그래도 나이들어가면서 팬질하는데 여기저기서 태클이 많아서 고민이었는데.. 외부에서 오는 태클도 있지만 자기가 자기자신에게 가하는 견제도 있잖아요.
돈들어갈데가 많은데...신경쓸 데가 많은데..내 즐거움을 위해 이렇게 돈써도 되나 하는 것부터...이 나이에 무슨 ... 하는 자기 검열까지..
그를 채운 물의 흐름과 같은 연인들이라는 말은 기가 같다는 얘기기도 하잖아요. 같은 기를 표출하는 사이. 어디 가서도 어, 저 사람 나랑 같은 종류군. 하고 알아보는 사이. 무채색이고 영롱하며 빛이 나는 서태지의 기가 나와 같다구?
어쩌면 지금 현재는 그럴 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얼마나 더 세상에 찌들어갈까 생각하니 눈물 나와 질질 짠 거죠.
근데 그가 한마디로 말하네요.
변하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된다니까. 나이들면 노력해야 돼.
이 말 듣고 그자리에서 가슴을 움켜쥐었어요. 내가 지하철에서 운 이유를 이 사람은 알아.
나와 같은 시대를 겪고 나와 같은 나이대를 넘어서 가고 있다는 동질감의 표현.
노력하다 하다 안되서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
미래를 너무 자신하지 말라는 조심스런 충고.
나도 안변하려고 하고 노력하고 있어...
태지, 나도 노력해. 40이 되고 50이 되고 60이 되어도
당신을 알아보았던 내 순수한 맘이, 원숙해질 지언정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할게, 나도 할게. 영원할 거라는 맹세대신 노력하겠다는 그 한마디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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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소할지도 모르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 멘트가 현실상황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각자 용될 때는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같아요.
시간도 없고, 오랜만에 한국와서 더 놀아야겠고 그래서 여기서 접어요. 내일이 또 인천 공연이라니 믿어지지 않아!
아, 나는 웬 복인가? 그 비싼 서태지를 이틀 사이에 두번이나 보고 떠날 수 있다니!!!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덧>어제 노란꽃를 손을 들고 있는 그의 하얀 얼굴을 목격하는 순간 일본항공의 비행기표값은 공중으로 부양해 사라졌습니다.
저 모습으로 충분해! 저게 2백만원짜리야!! 오오ㅗ오~~~~~!
뭐 이랬다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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