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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특별한 지구인 '콩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게재일 : 2010.02.11 (Thu) 03:20:36 PM

작성자 : 최퐐로

No. 802198 추천수 : 14 조회수 : 1,013

마감을 치고 나니 이제야 숨을 쉴 것 같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도 아름답다고 생각할만큼 여유도 생겼다. 핸드폰 카메라에 담긴. 니콘 디카에 담긴 수백장의 사진도 그러고보니 어느새 추억이 돼 버렸다. 펑펑 내리는 눈도 그래서 하늘이 주신 축복의 선물인 마냥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깨를 짓누른 짐을 내려놓고 나니 세상이 달라져있다. 뼈 속 깊숙하게 와닿을 만큼 아직은 실감은 나지 않지만 사진을 보고 혼자서 실실 웃는 걸 보면, 분명히 며칠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기분은 한창 업그레이드 돼 있고, 내 모습도 예전의 나와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날짜로 따지면 며칠, 정신조차 차릴 수 없었던 지난 수십 시간이 이젠 나에게 영원히 추억으로 남게 됐다. 수많은 과거지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던 그때는 이제 수첩 속 메모로만 남게 됐다. 수첩을 하나씩 넘기며 멋진 기록으로 재생산하고 싶지만, 열지 않고 싶은 추억이다. 나에겐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었지만 그녀에겐 죽고 싶은 고통의 순간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열어보지 않을 생각이다. 자신은 없지만 먼 훗날 아이가 말을 시작하고 또 대화가 가능해지고,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 첫날이 되면, 그 수첩을 건네주고 싶다. 엄마가 2010년 2월7일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자세한 기록이 담긴 그 수첩을. 아이가 상상력까지 생길 때면 엄마의 영웅담도 들려주고 싶다. 하여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산더미같다.

아내가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것을 진작 깨달았지만, '그날 이후' 이런 일반적 단어로는 아무래도 마음 전달이 부족한 것 같다. 위대하다고 표현해야 맞는 것일까. 이보다 좀 더 내 감정을 자세히 표현할 수 있는 실로 사실적인 단어가 과연 국어사전에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없으면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아기를 갖고 아기를 낳는 이 세상 모든 여자의 위대함에 찬사까지 보낼 수 있는 여성의 위대함을 담아버린 함축적인 단어.

아내가 마침내 콩지를 낳았다. 지난 7일. 이 날은 이제 콩지의 생일이 돼 버렸다. 영원히 우리 가족과 함께 할 기념일이다. 앞으로 이 날이 다가오면 단순히 케익을 준비하고 선물을 건네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난 며칠 전의 생생한 기억과 함께 아내를 바라보고 우리 콩지를 쳐다보리라. 그리고 역사를 전하리라. 그리고 콩지에게 주입식 교육처럼 당부 또 당부하리라. 엄마에게 효도하라.

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의 고통은 그날 결국 나의 눈가에서 눈물을 흘리게 했다. "잘 해낼 수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나에게 그녀는 수시로 "언제까지 이래야 돼?"라고 물었다. "진행상황이 전혀 없다"는 의사선생의 보고는 미래를 암담하게 했으며 나의 질문에 어느 순간 입만 부르르 떨기 시작할 때는 콩지가 세상에서 가장 미웠다. 글로 표현조차 불가능한, 상상을 초월한 고통에 따라 본인조차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소름끼친다.

그렇게 우리 아기는 세상과 만나 만인의 축복 속에서 하루하루 변화되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전과 오후가 다르다. 내 분신을 만난다는 설레임보다, 컴백한 서태지를 보러 가는 설레임 마냥, 아직까지는 솔직히 지구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지구인을 만나는 기분이다. 퇴근시간이 이처럼 황홀하게 기다려졌던 적이 또 언제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가족들과 지인들의 사랑과 축복 속에 우리 콩지는 아주 잘 자라고 있고. 아내는 다행히 건강해보인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태교음악이 서태지 노래였던 것처럼, 모아이를 내가 불러주거나 태지 삼촌의 육성으로 들려주면 우리 콩지의 얼굴이 급변한다.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뱃속에서 들었던 소리에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도 힘찬 방구 소리와 함께 응아를 뿌짖뿌짖 시작한다. 선배 부모들의 말이 틀린 것 하나 없다. 우리 콩지가 집으로 온 뒤로 모든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아내는 어젯밤 한숨도 못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여러 차례 잠에서 깼다. 고행길의 시작을 알리는 것일까. 그래도 아직까진 행복하다.

늦게 위태에 반가운 소식을 알려서 지송하다. 정신이 없었다는 정도로 이해해주고, 퐐로들의 힘찬 댓글 부탁한다. 우리 콩지가 볼 수 있도록 저장해서 나중에 글 읽을 때 보여주도록 하겠다. 태지형도 남겨주면 진짜로 감사하겠고.

그럼 나중에 또 찾아뵙겠다.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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