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모 밴드의 보컬리스트이며, sub 라는 음악전문잡지에서 평론을 맡아왔습니다.
팬과 안티의 경계를 벗어나 (부족한 소견으로나마) 음악적인 견해로만 그의 음악을 분석해보고,
또 팬 분들과 논의해보고자 글을 올립니다.
평론이라는 것이 수많은 음악적 근거를 동원해 자신의 글이 가장 객관적인 듯 논하며 대중들에게
자신의 감상을 주입시키려는, 어쩌면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의 편협한 생각에 소통이라는 날개를 달아 좋은 리뷰가 완성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제 홈페이지는 www.raydia.wo.to ( cyworld.com/flave ) 입니다.
음악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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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8개월만에 싱글앨범으로 돌아온 서태지.
우선 필자는 서태지에게 가장 열광하는 세대인 1980년생이다.
그러나 10대 때 부터 밴드 음악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음악의 현장에 뛰어든 본인이기에 우습지만 나름의 자존심이랄까,
아무리 대단한 서태지씨라도 '무한 존경' 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그 것은 어린 시절 나의 Pride 문제였고, 지금도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럼에 나는 냉정하게 그의 음악을 평가하고 싶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시라.
되도 않는 비난의 글을 읽으며 나 또한
'ㅈㄹ하네, 관심받고 싶으냐.' 하는 사람중의 하나다.
결국 냉정하게 평가해봐도 서태지는 서태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가수이자, 천재적인 음악인이다.
어쩌면 서태지의 음악을 접하는 시대의 우리들은 대한민국 음악의
신화를 눈으로 귀로 느끼고 있는 세대인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솔로데뷔 후 그가 보여준 음악적 행보를 간단히 더듬어보자.
Seo Tai Ji 1998.07.07
이 음반은 서태지의 첫 솔로음반으로, 얼터내티브와 하이브리드 록, 네오 펑크를 아우르며,
이전에 보여주지 못했던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그러나 이 음반은 마치 서태지의 일기장과 같다.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그저 마음껏 섞고 재창조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그 어떤 뮤지션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서태지만의 색을 뽑아내지만,
그만큼 부담도 보이고, 몇몇 곡은 비교적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보니 서태지의 장점인 완벽한 계산을 통한 깔끔한 구성(그가 음악을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러한 완벽주의 성향에 기인 한 때문이리라.)이 이 음반에서는 다소 약하다.
'Take 3' 와 같은 트랙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습작에 가까울 정도의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리되지 않은 난해함을 독창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Take 1' 은 단연 이 음반의 백미로, 웅장한 사운드와 완벽한 구성이 돋보인다.
곡마다 적절한 샘플링에 매력적이고 기발한 기타리프가 유난히 돋보이는 본작은
서태지의 장르 재해석을 통해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음반임에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 서태지라는 뮤지션의 무게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울트라맨이야 2000.09.08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다.
또한 그의 음반 중 이 음반은 최초로 음악적 일관성을 지킨다.
그루브감 넘치는 하드코어 사운드의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음반을 꽉 채운다.
그리고 그 각각의 결과물은 놀랄 만큼 쿨하다.
첫곡부터 보여지는 디스토션 잔뜩 걸린 기타와 콘을 연상시키는 진행, 이펙트를 적정히 사용하여
그로울링과 샤우팅, 매력적인 랩 플로우를 섞어놓은 서태지의 음악은 단지 미국식 뉴메틀
사운드의 답습에만 그치지 않는다.
천재적인 구성력과 완성도로 다듬어진 음악은 거친 사운드와 어우려져 매력적인 아우라를 발산한다.
이 음반이 림프비즈킷, 콘과 비교되며 심지어는 표절시비까지 나왔을 때, 한국의 대중음악 평론
수준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이 음반의 수준을 절대로 그렇게 평가 절하해서는 안된다.
콘과 림프비즈킷 등, 가장 Hot 한 밴드들의 장점만을 뽑아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게 재해석한
이 음반이 영어로 제작되었다면, 미국의 음악 역사에서도 충분히 비중있는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
감히 추측해본다.
7th Issue 2004.01.20
서태지는 이 음반에서 이모코어라는 장르를 택했다. 하드코어 사운드의 뉴메틀에서
하이브리드 록으로, 그리고 이모코어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락 씬의 트렌드를 볼때
이모코어는 미국의 It music 임에 틀림없었고, 서태지의 음악적 성향으로 볼 때에도
적합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이 음반은 강력한 락사운드를 기반으로 서정적인 진행을 하는데, 풀어가는 방식이
꽤나 독창적이다. 마치 지난 음반 표절이나 모방이 거론된 것에 불쾌감을 표하듯,
서태지 특유의 트렌디한 감각보다는 독창성을 염두에 둔 음반이다.
본작 역시나 쿨하고 매력적이며 완성도 높은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전작보다는 대중적이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가설 수 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Seotaiji 8th Atomos Part Moai (Single) 2008.07.29
서태지의 최근 음악적인 작업, 리믹스곡이라던지 피아의 새음반 참여 등을
보았을 때 서태지의 신보는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점쳐지던 것도 사실이다. 하이브리드 록 이후로 전세계의 락씬에서 쿨하고 지배적인
음악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서태지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한 혁신적이고 그가 도전 할 만한
장르가 없기도 하고 락 사운드 못지않게 전자음을 다루는 데 능한 서태지가 보여줄 것은
IDM이 강조된 인더스트리얼 록이 아닐까 하는 기대였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예상과는 조금 다르다.
밴드가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전자음악이 꽤차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건조한 날의 시원한 청량음료 만큼이나 상큼한 보컬로 돌아왔다.
본작에서 시도된 일렉트로니카라는 장르는 독일 태생의 전자음악에 근거가 있다.
크라우트 록으로 명명되어 태어난 이 음악은 수많은 변종을 만들어내며, 전세계인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지만 사실 외국에서 일렉트로니카란 무척이나
대중적인 음악이며 어쩌면 팝에 가깝다.
[서태지 컴퍼니 측에서는 네이쳐 파운드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언급하지만,
아직 두곡 (모아이, 휴먼드림) 을 듣고 판단하기에는 일렉트로니카와의 특별한 차별성은
찾기가 힘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음악을 평가절하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음악이 되었건 간에
그가 보여주는 결과물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서태지의 음악을 논하면서 지리적 영역을 국내로 국한짓는 것은 무리가 된지 오래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그가 선진 음악을 한식으로 재해석하여 빠르게 떠먹여주었다면,
솔로로 돌아온 서태지는 그 문화선진국가의 음악들을 가장 완벽하고 가장 세련된 모습으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본작에서 보여주는 그의 음악은 국내외의 어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의 음악보다도 풍부하다.
풍부한 밴드의 감성과 다양한 악기를 통한 웅장함에 다량의 드릴 앤 베이스를 mix해 버렸다.
그런데 그 것이 너무 잘 녹아 있다.
결국 많은 것을 보여주었는데, 또한 그것을 잘 섞어버려서 눈치채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따뜻하고 멜로딕하게 포장된 외관을 보고선, 단순하고 밋밋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서태지 이번엔 왜 이렇게 대중적이야? 위기의식을 느낀거야? ' 이런 무지한 말이
나오게 되는 거다.
본작을 들을 땐 사운드에 집중하라.
서태지가 보컬을 유달리 작게 녹음한 것은 그런 의도에서 일 것이다.
1 모아이
물방울 소리와 함께 나오는 무거운 전자음의 인트로가
듣는 이로 하여금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많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만족시켜줄만한 풍부하고 웅장한 사운드다. 보컬이 시작되며 멜로딕하고
서정적인 진행으로 넘어가는데, 그 유기성이 놀랍다. 차가운 전자음과 따뜻한 멜로디의
조화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지만, 서태지의 모아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그런
어색함과 부조화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구성한다.
락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녹아있는 서정적인 진행은
Smashing Pumpkins의 Adore 음반이 생각나기도 한다.
수많은 비트가 현란하게 쪼개지며 그루브감을 만드는 사운드는 역시 서태지라는 말이
나올만큼 지나치게 깔끔하고 계산적이며 군더더기가 없다.
거기에 팬들에게 편지를 쓰듯 진행되는 노랫말과 서태지 특유의 서정성은 매니아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팬들의 반응 또한 좋았다. 물론 묵직한 사운드를 기다려온 팬들에겐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신선하고 달콤(어떤 팬 분의 표현인데 꽤 적절하다고 느꼈다)하기까지 해 대중에게도
어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중성의 부분에서는 아쉽지만, 확신할 수 없는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락의 바운더리(boundary) 안에서 모든 대중의 압도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음악은 Rock Ballad 뿐이다.
아쉽게도 그것이 대한민국 음악계의 현주소다.
2 휴먼드림
장난스러운 전자음의 향연으로 시작된다. 그것은 기타리프와 자연스럽게
녹아가며 흥을 돋운다. 거기에 서태지 특유의 가삿말과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맑은 날 아침의 기분좋은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비교적 단순한
구성 때문에 서태지의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면서 Take 음반을 떠올리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묵직한 사운드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서태지의 변화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3 T'ikT'ak
휴먼드림을 들으면서 T'ik T'ak 의 진행 방식을 상상 할 수 있었고, 서태지는
역시나 그 상상을 충족시켜 줄 만한 트랙을 만들어 낸다. 서태지의 헤비한 사운드를
기다렸던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에 충분하다.
전곡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전자음이 후방으로, 밴드가 전방으로 배치되어 강렬한 락 사운드를 전달한다.
빼어난 구성과, 사비에서 보여주는 중독성있는 보컬진행, 중반의 피아노 솔로가
어우러져 스트레이트한 록 트랙을 뽑아낸다. 이것은 서태지가 말하는 내이쳐 파운드
사운드로 구성된 이번 앨범과 전작들 간의 유기성을 보여주는 트랙이다.
20분이 채 안되는 러닝타임이 끝나고 모든 이들의 공통적인 아쉬움이 존재할 것이다.
곧 공개될 두장의 음반이 남았지만 우선은 4곡의 음악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 그 것이다.
히딩크가 월드컵 때 " 나는 아직 배고프다. " 고 외친 것 처럼,
지금의 우리가 그렇다.
우리는 아직 당신의 음악에 목말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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